경제·금융

금융경색과 상업차관/박우규 선경경제연구소 부소장(시론)

최근의 우리 경제는 수출물량이 20%를 넘는 큰폭의 증가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는 오히려 더 깊어지는 외수경기와 내수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큰폭의 수출증가는 다소의 시차를 두고 큰폭의 투자증가 및 소비증가로 이어져 인력난과 임금상승, 물가상승, 부동산 투기 등을 유발하곤 하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이 설비투자 증가율의 경우 80년대 초반이후 가장 큰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실정이다.또 인력난보다는 구직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비록 최근에 실업률 증가추세가 다소 주춤하고는 있으나 이는 취업난으로 경제활동 참여율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고용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취업이 안되어 휴학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고 내수침체로 자영업도 쉽지 않다는 실정이고 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신규 노동력의 실업장기화 현상이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시장도 투기는 커녕 구조조정을 하려는 기업들이 매물을 내놓는 바람에 침체를 우려해야 할 형편이고 주식시장도 침체국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와같이 내수부진이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수출단가가 회복되지 못하여 수출채산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력 수출상품에 대하여 중국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생산능력이 확대되어 온 것을 감안한다면 수출단가의 회복은 완만하게 진행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금융부실의 심화로 금융권이 기업활동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소위 경기부진­기업부실 및 도산­금융권 부실의 악순환 현상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은 건실한 기업이 아니면 신규투자자금을 장기간 대출해주기 어렵게 된다. 또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대출회수에 나서게 된다. 그렇다면 웬만큼 자금조달에서 홀로서기를 할 능력이 없는 기업이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를 시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의 악순환을 속히 깨지 못하면 투자는 커녕 부도안내고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게 되고 경기침체는 악화될 수도 있게 된다. 금융경색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우호적이고 자발적인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회생하는 비율이 20%에 크게 못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자발적인 인수합병에 대한 법적 세제상 지원을 해주는 것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금융권에서도 인수합병이 활발해져야 하며 책임경영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개별금융기관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자력으로 부실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그 속도나 질에서 한계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건실한 금융기관간에도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형 인수합병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대형 금융기관에 우리 금융산업의 개방이 98년말 이후에는 빠른 속도로 허용될 전망이다. 셋째, 무엇보다도 기업의 해외자금조달을 대폭 허용해줘야 한다. 기업이 스스로의 신용으로 상업차관을 도입하는 것을 용도불문하고 허용해 주는 것이 금융경색현상을 선순환으로 푸는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 현 여건에서 부동산투기와 무리한 외형확대를 위한 외자도입을 추진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므로 유입된 외자는 구조조정을 비롯한 생산적 기업활동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이 활발해지면 경기회복과 금융부실의 축소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통화증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금융개방은 어느정도의 유동성확대와 금리하락을 기대하고 추진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채권시장 개방으로 해외의 핫머니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전에 국내외 금리차를 축소해 나갈 필요가 있는 바 현재 우리의 기업은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도 동일계열 여신한도 및 증시 침체 등으로 적절히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업차관 허용이 금융경색과 외환시장 불안의 해소에 좋은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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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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