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코스닥 버블

요즘 중소기업, 특히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코스닥 상장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누구는 코스닥 상장 이후 수천억원을 벌었고 누구는 수백억원을 챙겼다는 말들이 이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만든다.최근 각 증권사나 증권업협회 등에는 코스닥 상장 방법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 경영과 관련된 일보다는 어떻게 하면 코스닥 등록을 통해 보다 많은 자금을 확보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지 오래다. 실제로 한 인터넷 기업은 코스닥 등록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무려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손에 쥔 후 자신보다 덩치가 큰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해 다른 기업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무작정 코스닥으로 달려가는 개인투자자도 적지않다. 「인터넷」이나 「첨단기술」이라는 말만 붙으면 주가가 몇배씩 오르는 상황인 만큼 『일단 사고보자』는 군중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실질적 가치, 즉 펀더멘털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물론 사이버 공간이 갖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생각하면 인터넷 관련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 증시에서 인터넷 주식들의 급락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음을 알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 업체들의 마진율이 종이장처럼 얇아지고 있다. 치열한 후발업체들의 도전으로 『선점업체가 시장을 장악한다』는 인터넷 업계의 신조도 통용되지 않는다. 인터넷 신화의 빛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9일 미 애틀랜타에서 한 데이트레이더(초단기 주식투자자)가 투자손실에 불만을 품고 거래증권사에 총기를 난사해 직원 9명을 살해한 사건은 무모한 투자의 결말이 어떠한지를 보여준 실례이다. 이에 비해 우리 증시, 특히 코스닥 시장의 거품은 계속 불어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을 아찔하게 만들고 있다. 올초 76.40으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는 지난 4월14일 100을 돌파한데 이어 3개월만인 지난 7월에는 200선마저 뚫었다.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의 재테크 열풍이 코스닥 풍선을 힘차게 부풀리고 있다. 일부 주식의 경우 대주주와 등록 주간증권사들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 대주주와 주간증권사 보유지분을 제외하면 유통물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주가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코스닥 등록이나 코스닥 주식에 대한 투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코스닥 등록을 통해 기업의 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외부로부터 양질의 자금을 끌어들여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의 원활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코스닥 등록전의 물타기 증자, 유상증자 가격을 높이기 위한 주가 개입, 대주주와 증권사간의 인위적인 주가끌어올리기는 기업인과 개인투자자들의 심리적 거품만을 양산 할 뿐이다. 그 결과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코스닥 시장을 키우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IY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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