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사태, 러시아 통해 신흥국 위기로 번지나

러시아 경제위기 경고음 커져…외자 이탈 가속

석유·가스·곡물값 상승으로 신흥국 타격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신흥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세계 신흥국들의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자체는 경제 규모가 작아 다른 국가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서방과의 갈등을 촉발한 러시아 경제가 충격을 받으면 세계 신흥국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 러시아 경제,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 쇼크’ 맞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 경제를 위기로 이끌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피치·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BBB’, 무디스는 ‘Baa1’이고 등급 전망도 ‘안정적’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의 투기 등급인 우크라이나처럼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 사태로 자본 유출이 심해지고 통화 가치가 더 급락해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기도 하지만, 이번 사태로 러시아 경제 자체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 3.4%에서 지난해 1.5%로 둔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0%로 당초보다 1.0%포인트 깎았다.

물가상승률은 2012년 5.1%에서 지난해 6.7%(잠정치)로 올라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3일 기준금리를 7.00%로 1.50%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러시아 주가와 통화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데 따른 조치였으나 자본 유출을 막기에 역부족일 뿐 아니라 경제침체만 가속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루블화 가치는 3일 하루에만 달러당 36.5809루블로 1.96% 폭락하면서 연초 대비 하락 폭을 10.15%까지 늘렸다.

러시아 증시의 MICEX 지수는 3일 10.79% 낙하한 1,288.81에, RTS지수는 12.01% 추락한 1,115.06에 거래를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군사적 이익을 위해 경제를 희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해져 투자자들의 불신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리 그린버그 허미스펀드 신흥시장 책임자는 “러시아 정부가 유라시아 공동체라는 허세에 힘을 더하기 위해 국가 경제와 국제적 지위를 모두 기꺼이 희생할 것이라고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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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판도 4일 높은 물가상승률·금리 인상·자본 유출의 조합이 이미 어려움에 빠진 러시아 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제이컵 넬 모건스탠리 수석 러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는 러시아를 완만한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안보 쇼크’”라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사태, 신흥국 경제에 ‘날벼락’ 되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위험 회피 심리를 키우면서 신흥국들의 증시에 이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패트릭 쇼바넥 실버크레스트자산운용 상무는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우크라이나 위기는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불안정한 그늘을 던져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아랍의 봄, 시리아 내전, 태국부터 베네수엘라까지의 정정불안에 이어 세계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상징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GDP 기준으로 세계 7번째로 큰 경제권인 러시아가 흔들리면 신흥국 경제에도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외국에 진 부채는 7천억 달러(약 750조원) 수준이며 중국 수출의 6.4%, 수입의 15.5%를 러시아가 차지하는 등 주요 신흥국과 무역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

러시아는 석유·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의 핵심 생산국이며 유가가 상승하면 신흥국 경제에도 타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2년 현재 세계 원유 공급량의 12.6%를 차지하는 제2의 생산국이며 천연가스 생산량은 세계 1위다.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으로 이미 유가는 오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에서 원유 공급을 강자의 뜻에 따라 배분되는 ‘알짜’에 비유하면서 러시아산 원유가 하루 500만 배럴씩 유럽으로 수출된다는 점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이 은행은 “실제 공급 중단 위험이 작다고 해도 이번 사태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분석했다.

곡물가격도 우려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지난해∼올해 2천650만t에 이르러 세계 공급량의 17%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흥국 대부분이 미국 양적완화 축소 논란 이후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급락을 겪는 터에 원자재 수입가가 급등하면 상당수 신흥국이 골머리를 앓는 높은 물가상승률·경상적자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기사에서 “3일의 유가 강세는 이미 약해진 세계 경제 회복세에 해를 가할 수 있는 유가 상승의 시작일 수 있다”며 “높은 에너지 가격은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둔화하고 악화된 신흥국 경제에 더욱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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