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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속으로 카메라가 들어가 사진찍기에 친숙한 시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증명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 의자에 앉으면 표정이 어색해지고 입가에 경련이 인다. 사진작가의 구령에 맞춰 숨도 참아보고 눈을 부릅뜨며 정면을 응시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긴장되고, 과장된 표정과 눈빛의 증명사진에 우리 눈은 익숙해져 있다.
사진발명 초창기 사람들도 어색한 ‘증명사진 속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상화 자체가 격식을 차리는 모양새이기도 했지만, 그 당시는 초상사진 한 장에 기술적으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사진이 발명되고 나서 가장 먼저 비즈니스쪽으로 눈을 돌린 분야는 ‘초상화’ 영역이다. 실제로 사진발명 후 많은 초상화가들이 빠른 속도로 직업을 잃었다. 본인 사진을 갖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는 충만했고, 프랑스를 중심으로 초상사진관이 퍼져나가게 된다. 오늘날은 “숨 참으시고, 하나 둘 셋 찰칵!”하고 찍지만, 기술이 덜 발달한 초기에는 빛을 필름에 모으는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래서 ‘하나 둘 셋… 쉰하나 쉰둘…’ 시간은 끝없이 흘러 ‘찰’ 과 ‘칵’ 사이의 시간이 1분이 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진 찍을 때 움직이면 사진이 흐리게 나오기 때문에 당시 길디 긴 ‘찰칵’을 견디기 위해 촬영자나 모델은 많은 고생을 했다. 모델의 표정에는 긴 시간을 움직이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가 표정에서 나타난다. 또한 스튜디오는 기발한 장비를 개발하여 최상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모델의 자세를 장시간 고정하기 위해 만든 포즈스탠드(Pose stand)가 바로 그것이다.
포즈스탠드는 목과 등을 뒤에서 받쳐 주어 몸이 움직이지 않게 도와준다. 특히 목덜미를 뒤에서 잡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모델의 표정은 더 굳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와 같은 수고스러운 촬영방식은 19세기 중반 값싸고 신속한 ‘유리판 사진’의 보급으로 사라졌다. 100년도 더 지난 지금은 촬영프로세스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간편해졌지만, 증명사진을 찍을 때마다 어색한 것은 마찬가지이고, 표정은 옛날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공식문서에 들어가는 내 증명사진, 거실에 걸릴 우리 가족사진 등 다른 사진보다 더 잘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우리 뒷목을 포즈스탠드처럼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