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노조대표와의 만남은 굳게 닫혔던 노동계의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정부 정책기조의 변화와 연관성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IMF체제아래서 고통을 분담해온 노동계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반정부로 들아서 집회와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노사불안이 가속되었던 그간의 사정에 비춰보면 정부의 노동계달래기는 불가피한 수순일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중산층복원, 서민층 지원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벌 개혁 가속의지를 나타낸 정책 변화와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제 다시 노사정위가 복원되고 노조도 노동자대회와 파업을 유보키로 함으로써 노사평화의 싹을 틔우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불안하던 대외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 졌으리라 믿어진다. 지난번 처럼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사이 국내에서 대규모 파업이 발생하여 정상외교와 세일즈 외교에 상처를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도 노사정위의 재가동에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부가 지나치게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인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균형감각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노동계 달래기에 치우쳐 그동안에 세웠던 원칙을 정부 스스로 깨고 재벌과 노동개혁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동계가 요구한 구속자 석방,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등이 받아들여졌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근로시간 단축 등도 노사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법이 법대로 지켜지지 않고 구조조정이 후퇴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구속자 석방이 되풀이 되면 법집행에도 문제려니와 또 다른 불법을 부르게 될 것이다. 구조조정의 중단은 경제회생을 뒤로 돌리고 경쟁력 강화는 요원해진다. 구조개선을 서두르라고 재계를 밀어붙일 수도 없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면 원칙을 지키라고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다. 법과 제도의 원칙이 깨지는데 따른 대가를 다시 지불해야 하는 위험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