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쌍방울 부도위기까지 몰고 간 현지금융 실태

◎“냉엄한 국제금융” 교훈으로/이자싸지만 위험땐 무조건 회수/거의 모기업이 지보… 대책 시급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지점은 지난 2일부터 미국 LA의 본점을 설득하려고 진땀을 흘렸으나 10일 상오까지 허사였다. BOA 서울지점은 지금까지 쌍방울그룹에 전혀 대출이 없다. 그러나 1일 쌍방울개발의 1차부도 소식을 접한 BOA 본점은 즉각 현지법인인 쌍방울 USA와 쌍방울 인터내셔널에 대한 대출 회수에 들어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BOA 서울지점은 국내 금융기관의 채권회수 유예 결의와 쌍방울의 자구계획 추진 내용등을 설명하면서 만기까지 대출회수를 늦춰주도록 간곡히 설득했다. 그러나 BOA본점은 6일 대출회수 방침을 결정하고 7일 현지법인에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통보했다. 이어 현지법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지난 8일 지급보증을 선 (주)쌍방울에 대지급을 요청한 뒤 9일 견질어음을 교환에 넘겨 버렸다. 쌍방울 USA와 쌍방울 인터내셔널은 지난 92년부터 BOA 본점으로부터 마이너스통장 성격의 크레디트라인을 각각 8백만달러, 2백만달러씩 확보, 3개월단위로 대출을 상환한후 연장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자금을 운용해왔다. 이번 대출의 만기는 쌍방울 USA가 내년 1월, 쌍방울 인터내셔널은 오는 11월19일이었다. 그러나 BOA와의 크레디트라인에는 BOA측이 언제든지 대출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이 붙어있었다. BOA 본점은 이 풋옵션을 이용, 대출금의 조기 회수를 강행했다. BOA 본점은 결국 10일늦게 『쌍방울의 부도처리가 BOA의 대출회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서울지점의 간곡한 설득에 어음을 회수, 쌍방울 최종부도를 겨우 면케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저금리의 현지금융을 선호, 현재 관계당국이 파악중인 현지금융 규모만도 무려 4백억달러를 웃돈다. 이중 대부분이 국내 모기업 또는 국내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받은 것이다. 이들 현지금융은 외채나 다름없는 것이지만 현지법인의 차입이기 때문에 통계상 외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최근 국내 경기가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은행들이 현지금융을 일제히 회수하기 시작할 경우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쌍방울의 경우 종금사들이 대출회수 자제 결의까지 한 상황이었지만 다른 국내 금융기관들이 전혀 예상 못한 BOA의 현지금융 회수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질 뻔했다. 외국은행은 그나마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 금융기관도 아니다. 지금까지 외국은행 국내지점들도 한국적인 금융관행을 어느 정도 인정, 국내 금융기관의 상환유예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외국은행 본점에서는 철저하게 금융논리로만 따져 부도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즉각 대출회수에 나서게 마련이다. 따라서 자금난에 처한 국내 대기업들에 대해 현지금융 회수가 시작될 경우 곧바로 기업부도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해외현지법인의 현지금융에 대해서는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금융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이세정·이기형 기자> ◎부도 어떻게 막았나/정부 설득… BOA 마감 직전 어음 회수/금융계 “당국 「대표적 호남기업」 부담 느낀듯” 쌍방울그룹이 10일 죽었다 살아났다. (주)쌍방울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 9일 제일은행 역삼지점에 교환회부한 견질어음 90억2천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부도처리됐고 10일 영업마감시간(4시30분)까지 이를 막지 못하면 최종부도처리될 상황이었다. 쌍방울은 이날 하오3시께 『자금부족으로 어음을 결제할 수 없다』는 보도자료까지 돌리며 체념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감시간 직전 BOA측이 돌연 태도를 바꿔 어음을 막아주겠다고 나섰다. BOA 서울지점장은 은행감독원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특별한 사유는 없다』며 『본점과는 연락을 못했지만 한국의 고통스런 경제여건을 감안해 어음을 회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BOA 서울지점은 사실 미국 LA의 BOA 본점이 쌍방울의 미국 현지법인에 대한 대출을 대신 회수하는 대행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본점이 대출회수를 지시했을 때부터 최대한 이를 막아보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쌍방울을 부도내도 BOA의 대출회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음회수를 권고했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대표적인 호남기업이 부도로 쓰러질 경우 비자금파문과 겹쳐 국민적 반발이 클 것으로 우려한 청와대 등 정부당국이 주도적으로 쌍방울의 부도를 막아주었다고 분석하고 있다.<손동영 기자>

관련기사



손동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