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투명망토와 거울


얼마 전 미국의 한 연구팀이 '투명망토(invisibility clock)'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해리포터의 투명망토가 현실화된 것이다. 다만 망토를 쓰면 몸을 숨길 수 있을 뿐 스스로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투명하다는 것은 빛이 물체를 통과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 눈은 물체를 통과한 이 빛을 보고 투명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반대로 100% 빛을 반사시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거울이다. 지금이야 투명망토에 비해 놀라운 발명이라고 여기지 않겠지만 16세기에는 이탈리아 거울 기술자를 프랑스에서 납치할 정도였다.


투명망토와 거울. 어찌 보면 있는 것을 감쪽같이 숨기고 싶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도 싶은 인간의 이중적인 욕망을 바탕으로 한 발명품이다. 백화점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은 숨겨지고 당장 지갑을 열 고객만 보인다면 점원들은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고객 입장에서도 "내가 정말 사려는 것은 이런 것이다"고 말하지 않아도 보인다면 쓸데없이 붙잡지 않을 테니 성가심이 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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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평히 내야 할 세금. 조세정의 실현 기초도 세원의 투명성이다. 세원 투명성은 빛이 유리를 통과하듯이 납세자의 소득·소비·재산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태일 때 확보된다. 우리나라는 신고납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가 걷어 들이는 소득세와 법인세는 경제거래로 납세자에게 귀속된 익금과 손금이 누락이나 조작 없이 과세소득 산출과정에 반영돼야 정확히 부과할 수 있다. 이처럼 국민 모두의 세원 투명성이 전제돼야만 수직적·수평적 형평성이 달성된다. 또한 조세가 자원배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해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체계로 세제를 단순화할 수 있다.

결국 '누구는 덜 내고 누구는 더 내고의 문제'도 세원 투명성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2013년 발표된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신고대상 법인사업자 46만개 중 1%에도 못 미치는 4,500여개만이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금액 5,000억원 이상인 법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이 6%인데 비해 수입금액 100억원 이하 법인사업자의 소득탈루율은 평균 56%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차이는 아직도 우리나라 중소기업 오너의 투명경영 의지가 부족하고 기업회계와 가족회계 구분이 불분명한 것에 기인한다. 기업의 세원 투명성이 증가된다면 안정적인 법인세 세수기반이 구축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국세청은 미래성장 동력산업 등 매출액 1,000억원 이하 130만 중소상공인에 대해 2015년 말까지 세무조사 유예 및 사후검증 제외 등 세무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경기회복 촉진을 위한 세정지원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정책추진이 보다 효과를 거두려면 명확한 근거에 따라 세원 투명성 관점에서 시행돼야 하며 세금에 대해 투명망토를 쓰려는 기업과 거울로 스스로를 잘 보여주는 기업을 확실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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