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줄잇는 정보유출 사고 그 이면엔 …

대출·카드모집인 등 외형 앞세운

구시대적 금융 질서가 사고 불러

당국 소관부처 갈리면서 명확한 제재 없이 미지근

일자리·생계와 직접 연결 규제·폐지하기 쉽지않아

근본적 시스템 개편 필요


금융회사 직원이 대규모의 고객정보를 빼돌려 사고파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브로커로 불리는 모집인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외국계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은 모두 모집인에 의존하며 고객을 확보하는 영업경쟁을 해왔기 때문이다. 모집인은 금융회사를 옮겨다니며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시스템이 구시대적이라면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만 최근의 사고를 보면 미진한 정부의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행정부와 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로 소관부처가 갈리면서 명확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여기에 개인정보보호 장치를 늘려왔지만 탁상공론에 가깝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집인 제도 폐지 필요하지만=최근 금융권에서는 분야에 상관없이 개인정보를 유출해 일부를 팔아넘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개인정보 유출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외형 경쟁과 이를 위한 영업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모집인을 이용하고 이 과정에서 대출 고객과 카드 고객 등을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금융회사의 계약직 직원인 모집인은 금융회사는 물론 스스로 확보한 고객정보를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위탁업무가 많은 전산 업무의 특성상 금융기관이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12일 "모집인은 비용을 투자해 데려온 대출희망자에게 소속 금융회사가 대출을 거부할 경우 다른 금융회사 모집인에게 돈을 받고 파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모집인 전속제도'를 도입했지만 이직이 잦은 모집인 업계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다. 결국 금융회사 모집인 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모집인 제도가 없다"면서 "모집인은 금융회사 정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의무감을 갖기 어려우며 이직이 잦은데 그때마다 고객정보를 전 직장에 두고 오라는 현행 제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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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집인 폐지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감독 당국은 폐지를 거론하고 있지만 수많은 일자리와 직결돼 있어 쉽지 않다. 특히 모집인 대부분이 생계와 직접 연관돼 있는 '아줌마'들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불가피하다.

◇검사하고 규제해도 못 잡는 이유는=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나면서 정부도 검사와 규제 강도를 늘려왔다. 결과적으로는 뒷북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행부는 지난해 10월 저축은행과 카드사 10여곳의 개인정보보호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 최근 사태에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정보목록(DB)을 USB 같은 휴대용저장매체에 담아 빼내는 수법을 취했지만 당시에는 법이 정한 개인정보 보호 의무조항을 반영했는지만 파악한 탓이다. 지난 2012년 은행과 보험사를 상대로 실시한 안행부의 점검 역시 은행의 CCTV가 고객 비밀번호를 찍는지, 보험사가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갖췄는지 등만 살펴 제재했다. 문제가 드러난다고 해도 제재는 쉽지 않다. 안행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맡고 금융위는 신용정보보호법을 맡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을 담당하고 있다. 예컨대 금융위 산하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정보유출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소관일 경우 중징계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규모 전산 사태를 일으킨 농협의 경우도 금융위의 소관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감원이 직접 징계하지 못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정부는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면서 고객의 피해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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