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화두는 단연 사물인터넷(IoT)이다. 가정·의료·교통·제조업·농업·에너지 등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에 걸쳐 ICT 기반의 융복합 결합이 가능한 응용서비스가 개발, 또는 출시 중이다. 비록 시작 단계이기는 하나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가 예측된다. 국내외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벤처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흥미로운 것은 IoT 서비스의 대상이다. 외출시 자동으로 꺼지는 조명, 사용자 상태를 감지해 주름 없고 쾌적한 상태로 세탁물을 유지하는 세탁기,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는 약 상자, 식품 품질을 판별해주는 젓가락 등 여러 다양한 서비스가 사용자 개인을 향하고 있다. 익숙한 일상 속의 일련의 활동을 낯선 손길이 돕기 시작했다. 다른 산업과 ICT 기술의 접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과 융합이 바로 IoT의 핵심이다.
사물인터넷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ICT가 적용될 수 있는 사물의 범위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IoT 의 연결대상은 모든 사물이기 때문에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얻은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원천기술의 경우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IoT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IoT는 더 이상 탄탄한 기반을 갖춘 대기업이나 연구기관만 도전하는 분야로만 한정할 수 없다.
든든한 지원군도 나타났다. 최근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회로도와 인쇄 회로기판 도면 등을 공개한 전자제품인 '무상공개 소스(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등장했다. 새로운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어려운 첨단기술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이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쉽고 간단하게 기기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하드웨어로는 '아두이노'가 있다. 이탈리아어로 친한 친구라는 뜻이다. 과학에 관심을 가진 초등학생들도 다룰 수 있을 만큼 직관적 활용이 가능해 작은 업체들도 손쉽게 IoT 관련 하드웨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이제 눈을 감았다 뜨면 새로운 기술, 못 보던 서비스가 도입되고 사라지는 세상이다. 과거와 달리 기술이나 서비스의 제공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기도 했다. 경쟁은 더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아이디어가 곧 경쟁력이 되는 사물인터넷 세상에서는 연구개발(R&D)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탄탄한 인프라를 통한 기술혁신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던 시기는 지나갔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보다 생각의 발전이 필요한 시기다.
연구자에게는 혁신의 단초를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보면 적어도 IoT 시장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마음가짐이 바로 이와 같아야 하지 않나 싶다. 일상의 익숙한 것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고민할 때 사람들의 불편도 개선이 필요한 대상도 가까이 닿는 법이다.
혁신을 갈망하는 R&D 현장이 새로운 것뿐 아니라 익숙한 현실을 바라보며 사색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IoT 서비스를 개발할 때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익숙한 것과 낯설게 만나야만 한다.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생활 속의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구현 가능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R&D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김흥남 ETRI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