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임주재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서민들 마음 편히 전셋집 구하게 대출보증 크게 늘릴 것"



"주택금융공사서 보증 받으면 개인별 최대 1억5,000만원
연 5~6% 낮은 금리로 대출 가계부담 크게 줄일 수 있어
부동산 대박 신화 포기하고원금·이자 차근차근 갚아야"
"서민들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보증을 7조원(지난해 5조원) 이상 제공할 계획입니다." 임주재(58ㆍ사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서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을 집으로 꼽으며 돈이 부족해 집을 사지 못하는 서민들이 전세라도 마음 편하게 구할 수 있도록 대출보증을 대폭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집 문제야말로 이명박 정부 서민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 서민들이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달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임 사장은 "서민에게는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가 바로 주택 문제"라며 "공사의 보증을 받으면 은행권에서 연 5~6%의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가계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양극화 현상 속에서 주택금융공사가 서민들의 고민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전세자금대출 보증 내역을 살펴보면 건당 평균 보증금액이 2,500만원으로 '진짜' 서민들의 수요가 많습니다. 이 제도를 몰라 제2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리는 서민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마포 본사에서 만난 임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전세자금 보증을 화두로 말문을 열었다. 현재 주택금융공사는 집 없는 서민들이 은행에서 손쉽게 전세 자금(월세보증금 포함)을 빌릴 수 있도록 개인별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신용보증(보증료는 보증금액의 연 0.2%~0.6% 수준)을 해준다. 담보나 연대보증도 없다. 다자녀가구와 신혼가구는 보증료도 0.1%포인트 할인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세대란' 탓에 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금액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세자금 보증액은 3조5,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 이상 증가했다. 특히 3월에는 8,885억원에 달해 공사 설립 이후 가장 많았다. "무주택자면 무조건 자격이 되고 세대주가 아니어도 소득만 있으면 보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용등급 9등급까지 소득이 없어도 1,500만원까지는 보증을 받을 수 있으니 많이 활용할수록 서민의 주름살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스스로 은행권 대출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서 천문학적으로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는 서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이어지는 임 사장의 서민에 대한 감상과 조언은 이렇다. "우리나라에는 약 700만세대가 전세ㆍ월세 등의 형태로 주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이용하는 세대는 50만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대부분의 서민들은 보증혜택이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고금리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있는데도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비교적 대출이 쉽고 금리도 낮은 전세자금보증을 받아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저축해놓은 자금으로는 가계운영이나 창업자금으로 쓰는 것이 효율적일 텐데 말입니다." 임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서민대책이야 말로 주택금융공사가 펼치는 전세자금보증'이라고까지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9등급인 사람도 보증을 해줄 정도라면 연체율이나 부실이 커지지 않을까. "전세자금대출 보증 연체율은 0.5~0.6%에 불과합니다. 카드론 등 다른 대출은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상환이 어렵지만 전세자금은 집 주인에게 맡겨놓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세금을 생활자금으로 써버리면 길거리로 나앉기 때문에 이것만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성향이 강해 부실이 크지 않습니다." 뜻밖의 대답이었지만 곰곰 생각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임 사장은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해결의 열쇠가 바로 공사가 취급하는 '보금자리론'"이라고 강조했다. 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형 비거치식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로 최장 3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다. 신용등급이 10등급만 아니면 누구나 같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부부합산 연소득이 2,500만원 이하면 최저 3.6%의 저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은 금리변동이 없기 때문에 변동금리대출에 비해 가계부채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소득하위 20% 계층의 주택담보대출이 연 소득의 6배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고정금리보다 낮은 변동금리로 거액을 대출해 집을 산 후 이자만 내다가 3~4년 후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한꺼번에 대출금을 갚는 주택마련 방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임 사장의 말처럼 주택마련 방법이 바뀌기 위해서는 소비자들 스스로 '부동산 대박 신화'를 포기하고 차근차근 원리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공사는 이를 위한 '당근'도 제시했다. 올 들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7개월째 금리를 동결해 일부 은행 대출상품보다는 금리가 더 낮은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임 사장은 "과거의 내 집 마련 패턴은 집값 상승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하락기에는 속절없이 가계부채만 쌓여가는 구조"라며 "요즘처럼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 상황에서는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가계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계부채를 정면돌파로 해결하는 정공법이야 말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사가 판매하고 있는 퇴직연금은 집을 담보로 노후연금을 받는 역모기지론으로 새로운 노후보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입자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총 2,016명이 신규로 가입해 전년 대비 80%나 늘었다. 지난해 연금공급액은 3조3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4월 말 기준 850명이 가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주택연금은 2007년 출시 이후 총 5,200명이 가입했습니다. 미국의 정부보증역모기지가 출시 후 4년간 가입자 수가 3,500여명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빠르게 정착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고객인 70~80대는 집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 주택연금에 소극적이지만 50~60대는 70~80%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공사는 주택연금 확대를 위해 친고객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매년 집값이 3.5%씩 상승하고 가입고객이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집값을 역산해 매달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만약 100세 이전에 고객이 사망할 경우 상속인이 고객이 생전에 받은 연금을 상환하면 집을 돌려받을 수 있다. 상속인이 연금을 상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사가 주택을 처분하고 지급된 연금 이외에 남는 수익은 상속인에게 되돌려준다. 고객이 100세 이후에 사망해도 초과 기간 동안 기존 연금이 계속 지급된다. "사실 현재의 조건은 고객들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주택연금을 활성화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이죠. 현재는 기대수명을 100세로 잡고 있지만 평균수명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일찍 가입할수록 혜택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의 경우 1990년 정부보증역모기지를 도입한 후 2010년 지급조건을 상향조정했다. 서브프라임 여파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적자가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현재의 지급구조를 고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주택 문제는 가정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혼자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난제를 풀어보기 위해 설립한 것이 주택금융공사입니다." 임 사장은 "주택금융공사의 화두는 항상 '서민들의 질 높은 삶'일 수밖에 없다"며 인터뷰 말미에도 다시 한번 "전세자금대출 보증 같은 상품을 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소개해달라"고 당부했다.
30여년 금융 외길… "게으른 일류보다 열심히 일하는 삼류가 좋아"
■임주재 사장은 "게으른 일류보다 열심히 일하는 삼류가 좋습니다." 임주재 사장이 틈날 때마다 임직원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자만심에 가득 차 성실하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낮은 자세로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더욱 소중하다는 의미다. 임 사장은 이 같은 철학을 평생 실천해왔다. 본인 스스로도 30여년간 금융 한길만 뚜벅뚜벅 걸어왔다. 지난 1979년 한국은행에 입사한 후 은행감독원ㆍ금융감독원을 거쳐 현재까지 금융권에 몸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금감원 신용감독국 실무책임자로 까다롭고 어려운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임 사장은 또 기업워크아웃 제도에서 착안해 국내 처음으로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으며 신용회복위원회를 설립해 금융채무불이행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금융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내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임 사장은 2009년에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 입학해 만학도가 됐다. "주택과 금융이 융합된 주택금융공사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주택분야에 대한 지식을 더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자신을 먼저 다그치는 철저한 완벽주의는 경영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임 사장은 결재서류를 대충 보고 넘기는 법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문제점이 있는 부분을 짚어내기로 유명하다. 공사 임직원들은 "사장 결재를 받으려면 글자 토씨 하나 잘 챙겨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지만 부하직원을 큰소리로 탓하는 법은 없다. 대신 금융지식과 노하우를 토대로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직원이 풀지 못해 어려워하는 숙제를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임 사장은 기업문화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틀에 박히고 딱딱한 기업문화를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꾸려는 것이 임 사장의 목표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금융공기업 최초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주 40시간 미만을 근무하는 시간제 근무, 출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탄력근무제, 직원 거주지나 인근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택ㆍ원격 근무제, 근무복장 자율제, 근무시간 선택제, 집중근무제 등 여섯 가지 유형을 도입했다. 임 사장은 "정부 지침에 앞서 금융 공기업 최초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이제는 다른 기관이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근무시간과 근무지ㆍ근무형태를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전체 직원의 10% 이상이 유연근무제를 이용해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약력 ▦1953년 경북 안동 ▦1972년 계성고 졸업 ▦1979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79년 한국은행 입사 ▦1998년 은행감독원 신용감독국 부국장 ▦1999년 금융감독원 총무국 부국장 ▦2001년 조사연구국장 ▦2002년 신용감독국장 ▦2004년 기획조정국장 ▦2005년 총무국장 ▦2006년 부원장보 ▦2008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 채용… '친서민 금융' 실천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공사는 사회적 약자 채용을 확대해 친서민 금융기관의 소임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서민들의 주택문제를 금융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근본적인 삶의 질 향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공사는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장애우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각 전형 단계별로 10% 이내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족과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도 가산점을 부여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서민들의 취업 기회를 넓혔다. 또 여성 채용 확대를 위해 채용목표할당제(30% 이상)를 운영하고 있으며 채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면접관의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했다. 특히 채용과정에서 소외돼온 비수도권 대학 출신의 채용 비율도 40%로 할당해 성실하게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채용의 문을 넓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공사의 장애인 채용 비율은 지난 2010년 말 3.6%로 정부의 장애우 의무고용 기준인 3%를 초과했다. 또 신규채용자 가운데 지방출신자 비율은 2008년 20%에서 2010년에는 40%로 2배나 늘었다. 여성 채용 비율도 2008년 35.8%에서 2010년 46.7%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월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주택금융공사가 공정사회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돼 그간의 노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여러 지역에 걸쳐 고루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도입한 비수도권 지역 인재채용은 다른 공공기관으로도 확대돼 4월부터 비수도권 지역 인재채용 현황이 공공기관의 경영공시 항목으로 추가되기도 했다. 또한 공사의 장애인 고용사례는 한국장애인공용공단 고용개발원이 발간한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의 장애인 고용 사례집'에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임주재 사장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 중에서 의지와 역량을 가진 구직자에게 취업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며 "서민 삶의 질 향상에 공사가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확대에 나서고 있다. 직원 인건비 삭감 및 경비 절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정원의 27%에 달하는 104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 특히 104명 중 10% 이상인 14명은 고령층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주택연금 수요자 연령대인 만 53세 이상으로 뽑았다. 이들은 퇴직한 금융인력으로 평생을 쌓아온 금융노하우를 활용해 서민의 삶 향상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임 사장은 "공사는 청년부터 노인까지 전연령대에 필요한 주택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복지인 일자리 창출에 앞으로도 관심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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