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영업정지’저축은행 번호표 받으려 장사진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 본사 인근 한 건물에서 19일 오전 열린 예금자 설명회에서 예금보험공사 관계자가 예금지급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동호기자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발표된 다음날인 19일 토마토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 경기지역 본점과 지점에는 고객 발길이 이어졌다.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토마토저축은행 수원지점 정문과 후문에는 가지급금 지급순서 번호표를 받으려고 500명 정도가 나와 한때 행렬을 이뤘다. 이중 100여명은 지난 18일 밤부터 나와 밤을 지새웠다. 일부는 근처 편의점에서 산 담요를 덮어쓰거나 겨울용 오리털 점퍼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채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저축은행 측의 무성의로 분통 터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아침 배부된 번호표가 고객 측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지자 줄을 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헛고생한 사실을 알고 어이없어 했다. 한 고객은 “지점장이 어제 ‘19일 오전부터 순서대로 번호표를 주겠다’고 해 밤을 새웠는데 이제 와 ‘오늘은 설명회만 하고 내일부터 번호표를 주겠다’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젊은 부부는 “직장에 출근도 못하고 밤을 새웠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생계를 버리고 여기에 몰두해야 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직원들이 드나드는 주차장 쪽 후문에는 경찰관 10여명이 나와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오전 9시께 후문을 나온 지점장과 예금보험공사 감독관은 트럭 위에 올라가 확성기로 설명회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이 “뻔한 이야기만 한다”며 고성을 질렀다. 설명회 현장은 확성기 소리와 고함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인근 성남시 수정구 신흥3동주민센터 4층 강당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객 300여명이 강당 안팎을 가득 메운 가운데 예금보험공사 검사역이 나와 업무정지 과정, 가지급금 지급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회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질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최모(65)씨는 “전에도 (저축은행 영업이 정지되는 사태를) 몇 번 겪었다”며 “많지도 않은 돈을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맡겼는데 또 이런 일을 당하니 정말 할 말이 없다”고 분노했다. 70대 남성은 “어떤 모녀는 20일 전쯤에 6,000만원을 인출했다고 한다”며 “정보를 미리 알고 빼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흥분했다. 이날 오전에는 본점 앞에도 60~70명이 찾아와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거렸다. 고객들이 몰리자 예금보험공사는 애초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열려던 설명회를 매 시간마다 갖기로 했다. 제일저축은행 안양지점에는 고객 60여명이 나와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설명회를 기다렸다. 10년간 거래했다는 양모(70ㆍ여)씨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전까지 수억원을 제2금융권에 맡겼다”며 “사태 이후로 4,700만원씩 돈을 분산해 시일은 걸리겠지만 모두 보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60대 여성은 “퇴직금과 집을 팔아 모은 돈 2억여원을 토마토와 제일저축은행 등에 분산 예금했다”며 “기대했던 이자를 받지 못해 속상하지만 이자를 더 받아보려 했던 내 실수”라며 속상해 했다. 5,000만원 이상을 맡긴 고객 사이에선 고성이 오갔다. 한 40대 여성은 “5,000만원 이상을 맡긴 사람은 어떻게 하냐. 예금자 보호를 100% 확신하냐”며 고함을 치자 지점장이 나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설명을 들어달라”고 진정시켰다. 고민섭 제일저축은행 기업금융부 과장은 “부실저축은행 사태 때 대부분 1인당 5,000만원 이하로 분산투자한 것 같다”며 “큰 피해를 볼 고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