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보험ㆍ군인보험ㆍ마라톤보험ㆍ자전거보험ㆍ다이어트보험.'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보험상품들이다. 보험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새로운 판매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선보였던 이색 상품들이 채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찾는 고객이 없기 때문이지만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한 보험사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법' 시행에 맞춰 보험사들이 전략적으로 내놓았던 애견보험은 지지부진한 판매실적 속에 현재 삼성화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메리츠화재가 시장에서 가장 먼저 철수한 뒤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발을 뺐다. 애견보험 출시 초반에는 3,800억원가량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졌다. 보험사도 이에 '부화뇌동'하면서 관련 상품을 쏟아냈다. 그러나 실제 보험상품 판매는 월평균 10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판매 부진의 이유는 비싼 보험료와 가입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때문. 보험료는 연간 30만~50만원가량으로 웬만한 자동차보험료와 맞먹는다. 가입자도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까지 애완동물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의식이 낮았고 심지어는 고의로 애완동물을 다치게 하거나 죽여 보험금을 타내는 '모럴해저드' 현상까지 나타나자 보험사들이 판매를 꺼리게 된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보였던 마라톤보험이나 다이어트보험도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아예 자취를 감췄다. 군인보험과 남북한주민왕래보험도 유명무실하다. 남북한주민왕래보험은 얼어붙은 남북관계로 금강산 관광 등이 중단되면서 사실상 '휴면' 상태다. 직업군인과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에게 인기를 끌었던 군인보험도 날이 갈수록 판매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군인보험 판매에 적극적인 메리츠화재도 지난해 연 판매건수가 37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녹색금융을 강조하며 출시한 자전거보험 역시 지난 2009년 6월 첫선을 보인 후 월 가입건수가 100건에도 못치고 있다. 의욕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던 삼성화재 등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요일제 자동차보험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보험료도 할인 받는 대표적인 상품이지만 현재 총 가입자 수는 회사별로 100건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