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600만 유커 한국 풍속도 바꾼다] <상> 내국인 대접받는 유커

편의점서도 "환잉광린"… 명동·제주 상가엔 '붉은색·숫자 8' 물결

VIP제 도입·라운지 개설 등 백화점들 큰 손 모시기 경쟁

8만8,800원 사면 샘플 증정… 뷰티업계 '호감 마케팅' 펼쳐

배송 서비스·전용 쇼핑몰 등 온라인몰 재구매 유도 총력

1일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이 화장품을 구입하려는 유커들로 북적이고 있다.(왼쪽) 같은날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품행사에서 333g짜리 황금 판다를 받은 중국인 고객이 모델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황금 판다의 가격은 세공비를 포함해 1,700만원이다. /사진제공=네이처리퍼블릭, 신세계백화점

1일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이 화장품을 구입하려는 유커들로 북적이고 있다.(왼쪽) 같은날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품행사에서 333g짜리 황금 판다를 받은 중국인 고객이 모델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황금 판다의 가격은 세공비를 포함해 1,700만원이다. /사진제공=네이처리퍼블릭, 신세계백화점

"셰셰, 환잉짜이츠꽝린!(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CU 소공프라자점. 편의점을 찾은 유커들은 계산대에서 중국어가 나오자 연신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양에서 온 대학생 장샤오이(27)씨는 "편의점에서 중국어가 나오니까 신기하다"며 "전보다 쉽게 바나나우유와 초코파이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국경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탕썽(38)씨도 "중국어로 안내해주니까 확실히 대우 받는 느낌"이라며 즐거워했다.


한국을 찾는 유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커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전에는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3류 국가의 단체 관광객으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내수를 떠받드는 한 축으로 내국인과 거의 동등하게, 나아가 더 우대 받는 중요한 손님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유커를 모시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고 중국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 빠르게 스며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BGF리테일이 이날 유커의 주요 방문지인 서울 강북과 제주 지역 CU 편의점 계산대에 도입한 중국어 안내 시스템은 유커를 주요 고객으로 인정한 데 따른 결과다. 편의점 점원이 계산대의 중국어 메뉴를 누르면 환영 인사에서부터 거스름돈 안내까지 주요 문구를 중국어로 들려준다. 계산대 옆에 달린 모니터에는 중국어로 결제금액과 잔액도 표시된다. BGF리테일은 오는 6일까지 전국 모든 점포에 중국어 안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은련카드 사용액이 올 들어 전년 대비 70% 가까이 급증했다"며 "중국인 방문이 잦은 점포에는 중국인 전용 코너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유커가 주 고객층으로 자리 잡은 백화점 업계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유커 마케팅을 체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벤트와 할인전 등 일회성 마케팅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유커를 고정 고객으로 확보해 꾸준한 방문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롯데백화점은 올 상반기 은련카드 기준 유커 매출 비중이 전체의 16.5%까지 늘어나자 지난달 글로벌 마케팅 담당 팀을 신설했다. 회사 측은 "글로벌 마케팅팀은 유커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프로모션과 해외 온라인 광고를 담당하고 해외 카드업체·호텔 등과 마케팅도 제휴해 심도 있는 중국인 관리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5월 중국 현지인 2명을 채용하고 글로벌 마케팅 조직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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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전용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8월 본점 4층에 유커 전용 라운지인 '글로벌 라운지'를 열었고 연말에는 유커를 위한 VIP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달 본점에 문을 연 미국 최대 캐주얼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도 중국인을 고려한 롯데 측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주요 행사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패션·뷰티업계도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유커만 맞던 소극적 자세를 벗어던졌다. '붉은색'과 숫자 '8', 곰 캐릭터 등 중국인 기호에 맞는 아이템을 내세우며 '호감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편 서울 명동·동대문 등 중국인 관광객 집중 방문 지역 내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으로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과 숫자 8을 이용한 포스터를 제작, 대대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명동 등 관광 상권과 최근 중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가로수길, 제주도 등지에서 8만8,800원 이상 구매 시 중국인이 좋아하는 인기 제품을 모은 8가지 샘플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과거 국내에서 유행했던 '9자' 마케팅을 연상시킨다. 간판 화장품 역시 유커가 좋아하는 금 성분이나 달팽이 점액 여과물이 함유된 상품이다. 서진경 네이처리퍼블릭 홍보팀 차장은 "2011년에는 전체 외국인 구매 고객 중 중국인이 20%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80%에 달한다"며 "큰손으로 부상한 만큼 서비스도 유커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연간 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이랜드의 티니위니는 브랜드 상징인 곰 캐릭터가 중국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자 의류에서 패션잡화·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명동에 유커만을 위한 매장까지 세웠다. 이수원 티니위니 매니저는 "골드베어 라인에 대한 중국인 호응이 기대 이상이라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또 다른 색상인 붉은색과 블랙을 적절히 조합한 로즈베어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유커로부터 재구매를 이끌어내려는 업체들의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롯데닷컴은 2월 국내 인터넷 쇼핑몰 처음으로 중국·싱가포르·홍콩 등지로 해외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닷컴의 해외배송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는 중국으로 전체 해외배송의 33%를 차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전용관 '중문샵'을 개설한 G마켓도 중국인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중국인 이용률은 지난해보다 올 들어 173% 늘었다"며 "인기 품목 역시 화장품·향수·여성의류에서 가방·잡화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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