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멀기만 한 '두뇌강국 코리아'

해외 인재 자율성·보상 적어 한국 체류 고작 1~3년

내국인 유출은 더 심각… 인력 유치 시스템 새틀 짜야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대학원에 다니다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귀국한 뒤 한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K(26)씨는 병역특례가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에 병역특례가 있다면 그곳에서 계속 근무할 생각도 가졌지만 중소기업 근무로는 경력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중소기업과 벤처를 육성한다며 대기업에 대한 병역특례를 거의 없애 중소기업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며 "처음부터 다시 경력을 쌓아야 한다면 여건이 더 좋은 미국에서 취직자리를 알아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내외의 우수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외국인 우수 인재는 유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가고 내국인 '두뇌'도 한국 회귀를 꺼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밀리며 국가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의뢰해 국내에 체류 중인 기업의 외국인 고위임원과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 등 9개 주요 직종 895명의 국내거주 기간을 조사한 결과 1~3년 이내가 57.1%에 달했다. 10년 넘게 체류하는 인력은 단 3%에 불과했다. 대부분 최근 한국에 왔다는 의미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전문인력이 늘고 있지만 오래 머무는 체류자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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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수 인재의 유출은 더 심각하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내로 회귀하는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외국 박사학위 종합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의 국내 유입은 2007년 1,324명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672명으로 감소했고 이공계는 상황이 더욱 나빠 2007년 554명에서 2012년에는 170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일본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영주권 신청을 위한 거주연한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데 이어 다시 3년으로 낮췄고 중국은 인재유치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이 목표 대비 2배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앞으로 5년 내 인재 순유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두뇌강국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 일회성에 그치고 연구자율성 보장이나 보상체계 등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라며 "정부와 기업 모두 우수 인력 유치 및 활용 전략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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