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이 제품의 수명은 통상 1년 남짓이다. 휴대폰 시장의 경쟁격화로 매년 스펙을 높인 고사양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2014년에 단종된 갤럭시S3는 누적판매 6,500만대, 매출액 65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 미국 제약업체 애브비가 생산하는 류마티즘성관절염 치료제 '휴미라'는 20년간 특허를 보호 받는다. 2003년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74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출시 20년째인 오는 2023년까지 170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미라의 사례는 차세대 먹거리를 찾지 못한 우리 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스마트폰·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 등 중후장대한 자본집약 산업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신소재, 핀테크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한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 중 신약으로 대표되는 바이오는 지적재산의 총아이며, 신소재는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제조산업이고, 핀테크는 ICT 시대에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는 플랫폼(장터)의 대표 주자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은 무릎 관절염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자 일반적인 '인공관절 수술' 대신 큰 수술이 필요 없이 재활치료가 가능한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방법을 택했다. 이처럼 바이오헬스 산업은 고령화 시대의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꼽힌다. 진시황이 '불로불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듯 외국 부유층의 지갑을 열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줄기세포 및 유전자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질적으로 뒤처져 있다. 삼성·SK·LG·셀트리온 등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으나 질적으로는 세계 10위권에 불과한 만큼 기초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절실하다. 이동률 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는 당장 성과를 내기 쉽지만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낮은 성체줄기세포 분야의 연구가 활발한 반면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배아줄기세포 분야의 연구는 크게 뒤처져 있다"며 "2~3년 뒤의 성과보다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기초 연구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품·소재 산업도 양적으로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질적으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인 소재 기술을 보면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 대기업들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의 핵심소재는 대부분 일본 수입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범용소재는 세계 5위 수준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고강도 구리박판, LCD용 액정, 프리즘 시트, 웨이퍼는 70~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 첨단소재는 미국 3M, 일본 후지, 독일 머크 등 글로벌 기업의 특허·표준장벽에 막혀 있다. 소재 산업은 고용유발 효과도 반도체·철강·석유제품 등 주력 수출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차세대 먹거리의 하나로 주목 받는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천송이코트' 논란 이후 아마존·알리바바·구글 등이 세계 시장을 잠식한 지급결제 분야를 흉내내기에 치중할 뿐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전무하다. 자산관리·대출중개 등도 규제에 가로막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 말고는 해외진출 시도가 부족한데다 지급결제에만 치중해 있다는 게 문제"라며 "다양한 분야의 핀테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