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2부 <5> 스마트폰 금융으로 사람·사물 연결나선 IT

"결제는 모든 게 되는 O2O 마지막 퍼즐"… 시장 선점경쟁 불붙어

운송업 뒤흔든 '우버'처럼 플랫폼에 결제기능 결합… 새 수익 만들기에 총력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등 금융시장 진출 채비도


# 배달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끄는 것은 바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메뉴와 음식점을 고르는 것은 물론 음식값을 내는 것까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편리함의 비밀 속에는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의 화두로 떠오른 결제 시스템이 숨어 있다. 간편결제 기능을 접목시켜 '배달만 빼고 모든 게 다 되는' 시스템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가 준비 중인 콜택시 앱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IT 기업이 추구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에서 결제 시스템이 갖는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IT 기업들이 '연결'을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탐색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연결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빈방 연결'이라는 아이디어로 세계 숙박업 판도를 뒤흔든 에어비앤비, 빈 차량을 택시로 활용해 운송업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우버가 그 예다. 하지만 이런 연결을 실제 수익 발생으로 이끌어내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바로 결제나 송금 같은 금융서비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람과 사물·정보를 연결하려는 IT 업계가 금융업을 자신들의 플랫폼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보경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결제는 '독립 산업'이 아니라 전자상거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운영체제(OS) 등 플랫폼에 '내재화된 결제'로 다시 정의된다"며 "결제의 경쟁력은 그 기능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가 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 IT 기업의 'O2O 야망'=이베이의 '페이팔', 애플의 '애플페이',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등 결제를 새 먹거리로 삼은 글로벌 IT 기업의 사례는 이미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눈에 띄는 약진을 보이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특히 자국 시장 내에서 '결제와 이를 결합한 플랫폼'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얻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글로벌 IT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공통점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중국명 즈푸바오)', 텐센트의 '텐페이(차이푸통)'가 그것이다. 중국 내에서 이들 시스템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알리페이는 중국 내 온라인 결제 거래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텐센트는 글로벌 가입자 수 6억명을 자랑하는 모바일메신저 '위챗'의 영향력에 힘입어 3억명 이상의 텐페이 사용자를 확보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결제 시스템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 역시 동일하다. 편의성을 갖춰 O2O 시장에서 각자의 서비스를 더 뛰어난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모부왕에 따르면 중국의 O2O 시장은 매년 증가 추세여서 내년에는 4,188억위안(약 7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위챗을 통해 O2O 시장에 진출한 텐센트는 금액 충전과 포인트 누적, 할인 등의 기능을 담은 위챗 회원카드를 출시했다. 이를 사용하면 레스토랑이나 쇼핑몰에 갈 때보다 간편한 결제가 가능하다. 이어 텐센트는 곧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자와 제휴를 맺기 시작했다. 올 2월 밸런타인데이 때는 중국 왕푸징백화점과 손잡고 '웨이신(위챗의 중국명) 쇼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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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의 수요와 IT 회사들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비금융업종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와 라인(LINE)이 결제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회사는 자신의 플랫폼에 결제 기능을 얹어 편리함을 증대시켜 결국 사람과 사물은 연결하는 O2O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IT 전문은행 통해 금융업 진출도 추진=O2O 시장 못지않게 IT 기업들은 모바일 금융을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것이 송금서비스 도입을 통한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모바일 송금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제 앱인 삼성월렛에 송금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은 이미 데이비드 마커스 전 페이팔 사장을 페이스북 메신저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트위터도 프랑스의 금융그룹 BPCE와 제휴해 계좌번호 없이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프랑스에서 시범적으로 곧 제공할 예정이다. 개인별로 가상계좌가 자동으로 생성돼 서로의 신분만 확인되면 간편한 송금이 가능하며 BPCE그룹의 은행 계좌가 없어도 트위터 계정과 은행 계좌를 연결해두기만 하면 끝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도 폐쇄형 SNS인 밴드(BAND)에 소액송금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결국 IT 기업의 금융업 진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텐센트는 7월 중국 최초의 민영은행인 '위뱅크(Webank)'의 설립허가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았고 알리바바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사의 인터넷쇼핑몰 회원을 대상으로 자사가 설립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상품(위어바오)을 출시했다.

김종현 연구위원은 "(IT 기업은) 고객의 성향과 금융서비스 수요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상품 개발과 마케팅 측면에서 기존 금융회사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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