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는 위험물을 관리하며 부가가치를 창조한다. 위험물은 돈이다. 전자회사나 자동차회사를 감독하는 기관은 없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존재하는 이유다. 돈이 요물이긴 해서 금융감독원이 버젓이 있지만 은행 직원의 횡령에서 부실 저축은행 영업정지, 동양 사태까지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감원, 글로벌 금융회사를 거친 저자는 첫째도 둘째도 '고객의 신뢰'가 으뜸인 금융회사에 감독 당국의 규제가 아닌 선진화된 내부통제를 최우선에 둘 것을 주문하며 내부통제 운영 메카니즘에서 디테일한 부정행위 예방법과 내부감사 기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돈을 다루는 금융의 생명은 곧 고객의 믿음인데 국내 금융사는 선진 경영기법은 차치하고라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글로벌 금융회사에 비해 느슨하고 엉성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국내 증권사와 한국에 진출한 해외 증권사 직원들의 하루 주식매매 횟수를 조사했더니 국내 증권사는 1.8회, 외국 증권사는 0.1회로 그 차이가 확연했다.
책은 금융회사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완전히 갈라 놓을 수 있는 이 같은 차이가 돈에 대한 개인의 윤리의식이 높고 낮음에서 비롯된다고 보지 않는다. 금융회사의 존립을 흔들 수도 있는 차이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내부통제'의 체계와 절차가 중요한 경영가치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지 유무다. 그러면서 저자는 기술과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면 금융회사 경영의 핵 (核)인 '리스크 관리'가 최적화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속에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른 국내 금융회사들은 해외 진출이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책은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내부통제의 스탠다드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 해외 금융당국의 '오케이(OK)' 사인을 받는데도 유용할 듯 하다. 땀 흘려 모은 돈을 단순 위험물이 아닌 소중한 재산으로 관리하는 금융회사는 어떤 곳인지 금융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 나침반이 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