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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3시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안)인 인천광역시 강화도 평화전망대 앞 광장에 아시아의 각 지역에서 모인 젊은 예술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새로운 출발-혼례굿’이라는 이름의 이 공연에서는 남북분단을 묘사한 신랑 없는 결혼식이 전통 화례연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무겁지만 내용은 코믹했다. 행사의 주체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사진) 총장이 ‘길눈이’(주례)로 직접 등장했다.
“광복 70주년은 ‘분단 70주년’이기도 합니다. 문화를 통해 남북에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의도입니다.” 김봉렬 총장은 한국·아세안 신진예술가 100인이 참여하는 ‘DMZ 평화예술제’를 개최하는 취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DMZ는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각각 2km의 비무장지대로 군인과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다. 이번 행사는 DMZ에서는 불가해 DMZ와 가까운 민통선안에서 진행된다.
이날 행사는 강화 평화전망대를 찾아온 관객들 가운데 신랑이 나왔다. 그리고 김 총장의 주례로 신부와 극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남북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DMZ 평화예술제’는 9일을 시작으로 휴전선을 따라 이동한다. 12일에는 동쪽끝인 고성 통일전망대의 ‘통일염원굿’을, 14일에는 중간쯤인 철원 노동당사 ‘평화기원제’로 마무리된다. 행사에는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김 총장은 처음에는 북한의 음악기관과 남북교류 음악회를 추진했다고 한다. 최근의 남북 상황에 따라 북한이 반응하지 않자 아세안과의 공동행사로 돌렸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남북평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데 DMZ를 아시아 예술가들이 이끄는 평화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예종이 주최하는 이번 예술제는 ‘Across & Along-평화를 향해, 함께 앞으로’를 주제로, 최근의 광복 70주년 기념 사업들 중 유일하게 민통선 내에서 열리는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브루나이·필리핀·미얀마·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에서 40명, 한예종 출신 60명 등 100여명으로 구성됐다. 김봉렬 총장은 “아세안은 한류의 영향이 강할 뿐만 아니라 한국과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지속적인 상호교류를 통해 동반자적 관계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과 아픔의 상징인 DMZ 지대에서 펼쳐지는 ‘DMZ 평화예술제’는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예술적 방법으로 전달해 광복 70주년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