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말 유통경기 “찬바람”/불황여파 소비자구매심리 급격 하락

◎대형 백화점 실매출 마이너스성장 “울상”/재래시장선 침체반영 신정휴가 늘려잡아유통업체의 연말경기가 실종됐다. 백화점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가 전년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기에 민감한 의류·가구·가전제품 등은 판매실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미도파 등 대다수 백화점들의 연말 장사는 대부분 전년대비 5%안팎의 한자릿수 매출증가세를 유지하는 등 소강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물가상승폭(5%수준) 등을 감안하면 실제 상승률은 지난해 수준에도 못미치는 마이너스성장이다. 업계 최대의 점포망을 구축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12월들어 20일간 본점·잠실점·월드점 등 전 점포매출이 지난해 수준인 3천억원을 겨우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는 당초 12월 매출목표를 3천9백46억원으로 책정해놓고 경기침체를 의식한 중저가 선물세트를 대량 선보이는 등 막바지 판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목표액에 못미치는 3천6백억원대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12월들어 18일간 백화점부문 매출이 9백77억원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대비 1%정도 늘어난 것이다. 12월 매출목표 1천50억원을 감안하면 목표대비 5%이상 미달한 것으로 최근 경기부진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높은 매출신장세를 보였던 현대백화점 본점도 12월들어 매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12월들어 19일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1.4% 신장, 3백13억원에 그치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점의 틈바구니에 끼어 해가 갈수록 영업이 악화되고 있는 재래시장은 올해 경기불황까지 겹쳐 침체의 골이 더한층 깊어지고 있다. 의류도매가 주력인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 관계자들은 3∼4년전부터 매년 줄어드는 매기가 올해는 극에 달한 것으로 진단하면서 「연말경기」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일 정도다. 남대문시장의 경우 90%이상의 상가가 이틀만 휴장하던 신정연휴를 올해 4∼5일씩 휴장키로 해 유례없이 긴 신정연휴 휴장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의류상가는 1일부터 5일까지 휴장하고 침구류, 그릇, 공예품 등 잡화를 취급하는 극히 일부상가만이 1∼2일 이틀 휴장한다. 남대문시장을 관리하는 남대문시장주식회사는 동대문시장 등 다른 시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이틀 쉴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상인들은 『장사도 안되는데 괜히 나와서 전기료, 난방비, 인건비를 들일 필요가 뭐 있느냐』며 4∼5일 휴장을 고집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 의류상인은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렵다』면서 『해마다 10∼20%씩 꾸준히 매출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잡화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그래도 연말이 되면 선물용으로 장갑 머플러 스카프 등 중저가 잡화류는 다소나마 판매가 됐었는데 올해는 전혀 팔리는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남대문시장의 간판 상품중 하나인 수입품 상가도 불황에다 지난 11월말부터 시작된 관세청의 대대적인 단속까지 가세,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수입품상가의 일부 점포들은 연말연시 어수선한 시기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게 상책이라며 아예 문을 열지 않거나 일찌감치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 동대문시장도 경기침체로 의류매기가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 동대문시장에서 그나마 영업이 잘된다는 T상가의 한 관계자는 『경기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손을 내저었다. 이 관계자는 『의류불황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면서 『도매영업이 어려워지니까 상가들이 일반 소비자라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낱장으로 몇장 팔아봤자 뭐 남는게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말매출이 이처럼 둔화하고 있는 것은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낮을대로 낮아진데다 설을 쇠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에 따라 화려한 것을 찾기보다는 실속구매고객이 많아진 것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이를 반영하듯 싼 물건을 판매하는 「E마트」 「킴스클럽」 「프라이스클럽」 등 할인점 매출은 예상외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 E마트의 경우 12월매출이 지난해대비 24%, 프라이스클럽은 28%에 이르고 있다. 킴스클럽 역시 전국 12개점매출이 전년대비 평균 27%의 순조로운 매출신장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불경기로 위축된 소비자들이 가능한한 싼 상품을 구입하려고 할인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유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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