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협력적 거버넌스

김교태 삼정KPMG 대표


현재 정부의 여러 부처와 기관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100건 이상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 특히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판로 확보와 해외 투자처 발굴, 해외 프로젝트 수주 기반의 구축을 위한 사업부터 해외 진출 기업에 법률 정보를 제공해 투자 분쟁을 예방하는 사업까지 다채롭다. 기업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상담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 진출 센터 또한 존재한다. 정부의 20여개 부처·기관이 25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 부처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지원하는 것은 기업들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지원·제도가 있음에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쉽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업들이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거나 개별 사업으로 운영돼 지원사업 간의 연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놓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해외 진출 기업 지원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계 방안을 추진하려 한다. 정부 내 '협력적 거버넌스'의 실천이다.


해외 진출 지원사업의 실질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사항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첫째,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해외 진출 수요를 정부 사업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기업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진출 대상국 선정부터 진입 형태의 선택, 마케팅 계획의 수립, 전략의 실행과 그 결과에 대한 진단까지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의사결정의 과정이 동반된다. 정부 지원사업은 그 과정을 실무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즉 정부 사업은 공급자의 눈높이가 아닌 기업의 눈높이에서 보는 수요자 중심의 사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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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해외 진출 지원사업은 구심점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정부책임처(GAO)가 정부 사업 간의 중복 지출을 없애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영국도 총리실 직속 서비스 관리기구가 부처 간 칸막이 해결을 진행하며 부처별로 분산된 국가적 우선순위 사업을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우리 정부 사업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해외 진출 지원사업의 연계를 위한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은 원스톱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종합적·일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오프라인 창구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합해야 한다. 이는 기업이 수많은 부처에 일일이 접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것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할 때 '손톱 밑의 가시'를 제거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국내 비즈니스와는 달리 손톱 밑 가시 정도의 차원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해외 진출의 결과에 따라 그 기업의 흥망성쇠와 존폐가 결정된다. 해외 진출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고 역으로 실패하면 그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가 보다 효율적인 해외 진출 지원사업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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