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몰락…」 전세계의 컴퓨터 이용자들은 현재 고난에 빠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을 보고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은 일종의 쾌감이다.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철벽처럼 강하던 MS와 인텔의 견고한 성이었다. 그 철옹성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세기말에 벌어지는 그 붕괴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껏 즐기는 표정이다.MS와 인텔 두 회사는 공통점이 많다. 컴퓨터의 두 축인 운영체계(OS)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MS는 OS시장에서,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20년 가까이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MS와 인텔은 세계 컴퓨터시장의 절대권력, 황제나 마찬가지였다.
MS와 인텔은 자신들의 지위를 영속화하기 위해 「윈텔」이라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오만함까지 보였다. 이용자들은 「윈텔」을 슈퍼 파워들끼리 손을 잡으며 「권력이여 영원하라」를 구가한 독점욕의 화신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비판만 할 뿐, 대항수단이 없었다. 이용자들은 MS를 「공적 1호」로 규정하며 「반 MS운동」을 벌였지만 시장 점유율은 언제나 90% 이상이었다. MS와 인텔에 맞서기 위해 IBM과 애플, 모토롤러 등이 도전했지만 죄다 참패하고 말았다. 윈텔은 그만큼 견고했다.
그러나 윈텔의 독점체제도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MS의 윈도는 「리눅스」라는 공개용 OS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공개용 OS는 따로 주인이 없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OS라는 뜻이다. 리눅스는 핀란드의 한 대학생이 만들어 프로그램의 제작방법을 공개했다. 리눅스가 탁월한 성능으로 윈도를 대체할 수 있음이 증명되자 세계 정보통신업체들이 환호를 보냈다. 리눅스 사용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500만명 이상이다. 앞으로 리눅스 사용자는 들불이 퍼지듯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인텔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용 데스크톱 PC시장에서 98년말 인텔의 펜티엄Ⅱ와 셀러론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4.2%, 9.5%로에 머물렀다. 두 제품을 모두 합쳐도 43.7%에 불과하다. 반면 AMD의 「K6」는 36.2%로 인텔을 바짝 따라붙었다. 사이릭스 역시 19.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소비자시장에서 이미 인텔의 독점체제는 막을 내린 것이다.
MS와 인텔의 몰락을 지켜보는 이용자들이 즐거워 하는 까닭은 힘센 자의 무너짐을 보는 데서 오는 반사적 쾌감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익」을 기대한다. 구매 코스트가 비쌀 수 밖에 없는 독점이 무너지면 HW든, SW웨어든 싸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들은 AMD의 「K6」가 출현한 덕에 1,000달러짜리 저가 PC를 살 수 있었다.
세계 컴퓨터시장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직 구경만 할 뿐이다. 한국의 컴퓨터 매장엔 인텔 PC 밖에 없다. 우리 시장은 MS와 인텔이 여전히 강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국내업체도 MS와 인텔에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소비자들도 현재 세계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이 알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변화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