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엇박자 증시대책


"기획재정부 세제실을 주식시장이나 안정시키는 곳으로 아나요."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변동하던 지난 8월 초. 금융위원회와 증권업계는 외국인에 휘둘리는 주식시장의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펀드에 대해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가 면박만 당했다. 실무논의 과정에 참여했던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균형재정 문제 때문에 추가적인 세 혜택을 주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예상했지만 정부부처 실무담당자가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해 당황스러웠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금융ㆍ주식시장 모두 대외변수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8월 한 달 유럽과 미국 재정위기 여파로 신흥국 증시가 2~3% 빠졌을 때 우리는 10%씩 빠졌다. 증시 흐름이 국내 기관보다는 외국인의 매매 행태에 따라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의 덩치를 키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관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데 도박성향을 보이는 개인투자자들을 10년 이상 장기투자로 묶어두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세 혜택을 줘서라도 장기로 묶어 두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의도(금융당국)와 과천(기획재정부)의 시각차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게 벌어져 있다. 장기펀드 세 혜택이 필요하다고 여의도가 아무리 외쳐도 과천에서는 '우리가 그런 문제에나 나설 정도로 한가한 사람들이냐'는 식이다. 결국 내년 정부 세제개편 방안에서도 장기펀드 세 혜택 부분은 빠졌다. 내심 기대를 했던 금융당국은 "정부가 나서 추진해줬더라면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됐다"는 분위기다. 부처의 협조를 얻지 못한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는 의원입법을 통해 장기펀드 세 혜택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도 세제실 따로, 금융당국 따로면 시장 안정은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제실이라고 세제만 담당한다는 생각보다는 국가를 위해 좀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역을 따지기에 앞서 주식시장 안정도 장기적으로 국익과 국민을 위한 차원이라면 여의도ㆍ과천 할 것 없이 머리를 맞대는 장면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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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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