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서부이촌동 주민 분노만 키운 설명회


"건물이 아니라 가족이 무너지게 생겼습니다."(서부이촌동 시범중산아파트 주민)

지난달 28일 밤 서울시가 마련한 서부이촌동 개발관리 가이드라인 주민 설명회. 정작 설명회가 끝난 뒤 주민들의 반응은 실망감과 배신감뿐이었다.

주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당초 지난해 말 나올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은 예정보다 두 달이나 늦춰졌다. 하지만 이날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주민 스스로 알아서 무엇인가 만들어서 추진하라'는 식에 뻔한 수사로만 채워졌다. 가이드라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그동안 주민들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구역지정 이후 사업무산에 따른 해제까지 7년이라는 시간 동안의 재산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왔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 용도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해달라는 것이 그 보상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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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법적 문제 때문에 사실상 현실적으로 관철되기 어려운 방안이다. 현행법상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간의 변경은 엄밀하게 제한돼 있다. 통합개발안처럼 철도 정비창기지와 묶어 복합개발하지 않는 이상 서부이촌동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길은 법적으로 막혀 있다.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것조차 500m 거리 내에 역이 들어서지 않는 이상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그나마 법적상한용적률이 300%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 변경은 가능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최소치로 생각하고 있는 용적률 608%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부이촌동 해결책을 찾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날 설명회에서 신중진(성균관대 교수) 서부이촌동 관리계획총괄기획가는 "여러분은 이미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림을 봐 버렸습니다. 제가 어떤 그림을 가져온들 마음에 드시겠습니까"라고 말한 것도 주민들이 받아들일 만한 해법 찾기가 어렵다는 서울시의 고민을 보여준다.

물론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행정권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에 신중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의 마음은 다급하다.

지금 서울시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뭇매를 맞더라도 해줄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주민들에게 명확히 밝히는 게 첫걸음이 돼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모호한 말로 주민들의 실망감과 분노만 키우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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