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김없이 찾아온 ‘색깔론’/이부영 국회의원·민주당(로터리)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드디어 「색깔론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한 종교계 인사의 월북사건에서 비롯된 여야간의 색깔론 공방은 「병역공방」을 능가하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확대되며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색깔론은 중요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들어 선거분위기를 좌지우지하던 집권 여당의 전가의 보도였다. 야당을 향한 마녀사냥식의 용공음해는 우리 정치의 전근대성을 드러내는 구태였다. 그래서 지난 92년의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집권 여당은 대선기간 동안 있었던 야당후보에 대한 용공음해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리고 그동안 여당은 이번 대선에서는 「황장엽 파일」같은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해왔다. 무엇보다 여당의 대통령후보로 낡은 정치의 청산과 새로운 정치의 실현을 내건 인사가 선출되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는 색깔론 같은 전근대적인 정치행태는 재발되지 않으리라는 소박한 기대 같은 것이 국민들에게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색깔론 공방은 그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다. 지지도의 급속한 추락을 겪고 있는 집권 여당이 그만큼 급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식상한 줄은 다 알지만, 색깔론을 통해서라도 「병역정국」의 늪에서 벗어나 정국을 반전시켜보겠다는 의도가 거기에는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설들을 흘려 정치적 상처를 입히는 방식도 너무도 많이 보아온 모습 그대로다.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이렇게 60∼70년대식 색깔론 공방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물론 야당 역시 「병역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대선정국을 이전투구판으로 만들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논리가 우리 정치의 룰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병역공방」에 이은 「색깔론 공방」의 상호비방전을 바라보며 이번 대선에서도 정책대결은 이미 물건너간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을 맛보게 된다. 이번 대선도 결국 이렇게 이전투구판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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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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