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00세 시대 연금정책 패러다임 바꿔라] 부처 밥그릇 싸움에 연금손질 뒷전

출범 후에도 회의 한 차례 그쳐… 컨트롤타워 만들어 큰그림 그려야

정책실행을 위한 부처 간 칸막이 철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연금정책이야말로 '부처 간 칸막이'의 대표적 예다.

금융위원회는 100세 시대에 대비해 공ㆍ사적연금을 아우르는 새로운 국민노후연금 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정책협의회 구성을 제의했다. 큰 틀의 국가연금 체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개인연금을 관장하는 금융위와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복지부, 그리고 퇴직연금을 맡고 있는 고용부 간의 긴밀한 협의와 정책적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제안한 협의회 명칭은 '3층연금정책협의회'. 국민 노후연금체계인 국민연금ㆍ퇴직연금ㆍ개인연금을 모두 일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부가 협의회 이름을 고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복지부가 정책결정을 하는 국민연금을 3층연금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싫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금융위는 '사적연금정책협의회'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용부가 발끈했다. 사적연금이라는 이름으로 퇴직연금을 논의하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결국 금융위는 '개인연금정책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가까스로 부처 간 협의체를 출범시켰고 지금까지 고작 한 차례 국장급 회의를 가졌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총체적으로 노후연금 체계를 구상하는 게 아니라 개인연금 사정을 들어보는 차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개인연금 활성화' 의제를 금융사 상품판매 확대를 통한 업체 배불리기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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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국가 중대사인 연금정책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기는 힘들다며 정부가 철학과 의지를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새로운 틀을 만들기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공적연금의 한계가 드러나며 사적연금과 함께 총체적으로 국민노후연금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논의나 필요성이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나온 게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인수위 때도 국민연금ㆍ기초노령연금 등 공적연금과 개인연금ㆍ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총합적으로 아우르는 연금체계를 짜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당시 60%이던 소득대체율이 2008년 50%로 내려앉았고 이후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지며 오는 2028년에는 40%까지 떨어뜨린다는 안이 확정된 상태였다. 국민연금 출범 당시인 1988년에 약속했던 70% 소득대체율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향후 고령화로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에 대비해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힘든 노후보장 대폭 축소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적연금 보장 축소분의 빈자리를 메울 대안으로 사적연금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노후연금 체계 개편의 동인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인 인수위 때 이 같은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부처 간에 자기 밥그릇은 결코 뺏길 수 없다는 칸막이 행정이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한 탓이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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