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라스베이가스 표정(97추계 컴덱스)

◎“미래 만나자” 정보사냥꾼 장사진/택시·버스마다 홍보물… 건물엔 휘장/참여사 “1명이라도 더오게” 막판 단장/‘바이어 사로잡기’ 물밑경쟁 벌써 치열컴퓨터를 만지작거리는 사람에겐 비슷한 소망이 하나 있다. 언제고 가을이 오면 꼭 라스베이거스에 가보는 일이다. 가서「가을 컴덱스」(COMDEX FALL)를 구경하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미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편집자 주> 16일 하오 6시(현지시각) 사막과 도박의 도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한복판.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전시회인 「컴덱스폴 97」의 개막을 하루 앞둔 이 곳은 이처럼 「미래를 찾아 온 사냥꾼」들로 북적댄다.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한 블럭 건너 있는 전시회 본부(힐튼컨벤션센터)는 막 참가신청을 끝낸 사람과 뒤늦게 신청서를 제출하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발디딜 틈도 없다. 다른 전시관인 힐튼호텔과 샌즈컨벤션센터의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참여 기업 관계자들이 다음날 들이닥칠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기 위한 막바지 단장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잠시 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기조연설과 컴덱스폴 97 전야제가 열리는 중심가 동편 파라다이스노 남단 알라딘호텔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전야제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인근에 마련된 두 곳의 야외전시장도 「사람 홍수」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도로를 달리는 버스나 택시는 아예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유수 컴퓨터 업체 홍보물이 차마다 붙어있다. 중심가와 힐튼컨벤션센터가 있는 파라다이스노 주변의 건물들도 참가 업체와 컴덱스쇼를 알리는 휘장들로 뒤덮여 있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네온사인에 뒤섞인 차와 사람과 휘장들이 21세기 전령처럼 도시 곳곳을 휘달리며 군무를 춘다. 밤이 새고 나면 컴덱스가 보여줄 미래 비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알라딘호텔로 가던 중이라던 이집트의 압둘 자바씨(33)는 『이번이 네번짼데 사막과 도박의 도시가 이때만 되면 미래를 예언하는 첨단 도시로 탈바꿈한다』며 『한 마디로 경이로운 일이다』고 설명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컴덱스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는 이처럼 축제의 도시인 것만은 아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라스베이거스는 여전히 생존을 위한 전쟁의 도시다. 평소의 생존 전략이 도박의 숲을 헤쳐나가는 것이라면 이 때는 바이어를 사로잡기 위해 경쟁업체와 무한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라스베이거스=이균성 기자> ◎「컴덱스」의 역사/79년 인터페이스사 첫 개막/95년 손정의씨 운영권 인수/개최장소 세계 전지역 확대 세계 최대의 컴퓨터 박람회로 자리잡은 「컴덱스」(COMDEX). 그 역사는 지난 7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인터페이스그룹이 개최한 이 박람회는 컴덱스(COMputer Distributors EXposition)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와 비즈니스맨을 위한 쇼였다. 당시 참가업체는 1백50여개, 관람객은 4천명 수준에 머무는 조촐한 잔치였다. 그러나 컴덱스가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만큼 세계인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95년 컴덱스에 1백20여국 5천여개 업체와 50만명의 관람객이 참여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명실공히 정보통신산업의 가장 큰 축제로 자리잡은 셈이다. 특히 컴덱스는 매년 봄, 가을 두차례에 걸쳐 열리는데 가을에 열리는 추계 컴덱스가 참가업수나 신제품 출품 등 모든 면에서 춘계 컴덱스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또 지난 95년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컴덱스에 대한 운영권을 인터페이스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면서 컴덱스 개최 장소는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올해만도 서울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일본, 남미, 유럽 등 세계 주요 13개 도시에서 지역별 컴덱스가 열렸으며 내년에는 중국, 프랑스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컴덱스는 또 비즈니스의 결집장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매년 빠짐없이 참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균적으로 전시회가 끝난 뒤 6개월 이내에 1천억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산업과 관련된 박람회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컴덱스의 매력이 점차 상실되고 있다는 점은 컴덱스 주최측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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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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