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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실기(失機), 한번이면 족하다


"국내 자본시장이 취약한데… 실패한 모델인 미국형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 등이 과연 맞을까 의문입니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실의 한 관계자) 대형 IB와 헤지펀드 육성을 골자로 금융위원회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실패한 미국식 모델'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2년 전 자본시장법을 시행할 당시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으며 '시장상황이 이런데 과연 시행해도 좋은가'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결국 대형 IB와 헤지펀드의 출범은 뒤로 미뤄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신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를 축으로 한 글로벌 위기가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대형 IB와 헤지펀드는 뒤로 미뤄져야 하는가. 최근 증시 주변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외변수와 외국인에 흔들리지 않는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국내 내수기반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기관의 힘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대형 IB와 헤지펀드가 국내 증시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등장할 경우 펀드시장의 10%에 달하는 40조원 이상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고 여기에 대형 IB가 헤지펀드 운용에 꼭 필요한 차입(레버리지)을 제공하고 제대로 된 종합금융투자 역할을 수행한다면 제조업과 금융산업 간의 비대칭 성장을 해소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체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장불안에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자본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날린 경험이 있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기회를 놓치는 것은 한 번이면 족하다.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기에는 세계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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