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자 해외시장 진출 ‘논란’

◎국내경쟁사 선점지역마다 대규모 공장 추진/기아·아시아·대우등 “출혈경쟁 우려” 반발/현대선 “시장독점 안될말… 왈가왈부 말라”/정부도 “업체간 문제 직접조정기능 없다” 팔짱만기아, 대우, 아시아와 현대자동차간에 입씨름이 한창이다. 해외의 같은 나라에 국내업체가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문제를 놓고 『된다』 『안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이 문제가 다시 부상한 것은 타업체에 비해 뒤늦게 현지공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가 아시아가 진출한 브라질에 연산 4만대 규모의 그레이스 공장건립을 추진하면서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는 현지 HMDB사와 손잡고 올해안에 공장건설에 착수, 오는 99년부터 연간 4만대씩 그레이스를 뽑아낼 계획이다. 브라질은 방대한 시장이다. 따라서 국내 여러 업체가 갈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소다. 현대 공장은 아시아공장과 불과 15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브라질 북동부에 위치한 바이어주 살바도르시 시모에스 필유지역이다. 아시아는 지난 90년부터 공을 들이며 현지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아래 오는 8월부터 살바도르시에 공장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99년 10월부터 생산에 들어가 첫해 그레이스와 유사차종인 타우너와 토픽 등 승합차를 6만대를 생산하고 2000년까지는 1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니까 아시아자동차는 유사차종을 그것도 인근지역에서 국내 최대업체가 자동차 공장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고 불만이다. 이에 대해 현대는 『자유경쟁의 법칙은 해외에서도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시장을 국내의 한 업체가 독점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직접투자가 아니라 현지업체가 전액투자하고 현대는 기술을 제공하고 로열티만을 챙기는 기술협력계약(Technical Corporation Agreement)이라는 점도 내세운다. 그러나 아시아는 『어렵게 구축한 현지시장에 국내 최대업체가 진출해 해외서 출혈경쟁할 필요가 있느나』고 반문한다. 다 인정하더라도 최소한 현지생산 차종이라도 달리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쟁은 브라질에 국한된게 아니다. 현대와 다른업체들은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폴란드 등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끈질긴 견제속에서도 인도네시아 국민차업체로 지정돼 오는 98년 9월 생산을 목표로 공장건설이 한창인 기아도 현대가 최근 인도네시아에 약 10만대 규모의 공장건설 추진에 들어가자 『미국과 일본을 물리치고 어렵게 들어갔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현대와 맞붙은 업체는 대우. 폴란드에서는 지난 95년 FSO를 인수해 현지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97년 3월부터 연산 20만대 규모로 자동차 생산하고 있는 대우는 현대가 폴란드 진출을 위해 현지정부와 접촉에 들어가자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현대가 추진하면서 정부지원이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6년「로대」공장을 인수한 대우는 현대가 현지 DACIA사와 합작투자 협의에 들어가자 통산부에 현대의 투자자제를 직접 요청하는 등 비상상황이다. 대우는 『국내업체가 같은 지역에 같이 들어갈 경우 현지정부는 물론 합작업체와 불리한 협상을 벌일 수 밖에 없고 국내차끼리 저가출혈판매가 끝없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제살깍기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내세운다. 물론 현대도 자사가 다른업체가 진출한 지역에 뒤늦게 해외에 진출하면서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자사가 진출함으로써 현지정부의 지원책이 분산되는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현대는 그러나 『현지공장 진출은 어디까지나 해당업체의 독자적인 판단에 맡길 문제지 경쟁업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특히 큰 시장이라 한 업체가 이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이 갈등을 풀기는 어렵다.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는 업종별 민간자율조정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나오고 있으나 구체적인 액션은 없는 상태다. 또 실시된다 하더라도 업체간 이해관계 대립으로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경련에 설치돼 있는 자율조정기구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국내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동진출에 대해 통산부는 『국내업체의 해외 동일국가내 과당경쟁에 대한 정부차원의 직접적 조정기능은 없으며 간접적 권유에 의존하고 있다』며 발을 빼고 있다. 이전투구양상을 치닫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내홍에 정부도 어떤 처방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는 성숙된 기업문화와 상도의를 통해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윈­윈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정승량 기자>

관련기사



정승량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