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Hot 이슈] 실적 좋아도 샴페인 못 터뜨리는 정유업계

3분기 들어 정제마진 뚝… 정유사 작년 '악몽' 재연될까 전전긍긍



SK이노·현대오일뱅크 등 4개사 상반기 3조4600억 영업익 불구

유가하락에 하반기 실적 '먹구름'


바이오부탄올·전기차배터리 등 非정유사업 확대로 활로찾기 나서


"지난해의 악몽이 반복될까 두렵습니다." 최근 실적 개선을 거둔 한 정유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정유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올 상반기 반전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예상과 달리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유사 수익의 관건인 정제마진 역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비(非)정유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S-OIL·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총 3조4,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업황이 부진했던 지난 2012년, 2013년의 연간 영업이익에 준하는 규모이며 정유사들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거뒀던 2011년(연간 6조9,300억원) 수준을 기대하게 하는 수치다. 지난해 정유 4사가 총 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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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수익성을 결정짓는 정제마진이 하반기 들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등유 등으로 정제한 후 얻을 수 있는 수익으로 국제적 수요와 공급량에 따라 결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분기까지만 해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7.2달러로 정유사들 수익 회복의 바탕이 됐지만 8월 들어 배럴당 3.8달러대로 반토막나면서 정유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지속적인 유가 하락세는 정제마진 하락의 주원인이다. 지난해 배럴당 최고 108달러에서 53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 가격은 1월 45달러에서 바닥을 찍었다. 이후 5월 배럴당 64달러대까지 오르며 정유업계의 수익 회복을 도왔지만 최근 다시 50달러대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제 원유가가 꾸준히 떨어지면 정유업계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100원에 사온 원유를 운송·정제해 판매할 수 있는 시점은 대략 한 달 후다. 하지만 판매 시점에 유가가 떨어져 있으면 마진도 못 남기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정유업계는 하반기 실적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 정제설비 가동, 미국의 원유 시추설비 증가 등으로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신흥국의 수요는 부진한 상황"이라며 "3·4분기에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면서 정유사들의 전 분기 대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석유화학 등 비정유사업에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국내 정유 4사의 정유 매출이 총 매출의 70%를 차지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비정유사업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는 바이오 부탄올·탄소섬유(GS칼텍스), 해외 석유개발과 전기차 배터리(SK이노베이션) 등의 신사업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유가 하락은 정유사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업계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화학 업종 역시 마진이 중요하지만 원료인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마진이 커지기 어렵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에 휘둘리기 쉬운 사업 구조"라면서 "유가 변동성이 커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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