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 자구노력의 ‘담보용’/채권단 왜 ‘경영권 포기각서’요구하나

◎김회장 정상화후 퇴진으론 “불충분”/3자인수설엔 “검토한적 없다” 일축/은행장들 “회생위해 노조도 개선돼야” 지적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이 김선홍 기아그룹회장 등 경영진의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기아를 다른 재벌에 3자인수시키기 위한 전단계 조치로 채권단이 김선홍회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기아 시나리오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김회장이 삼성그룹의 기아 인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포기각서가 제출되는 대로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김회장을 퇴진시킨후 삼성 인수를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채권단은 진로, 대농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적용당시와 달리 유독 기아에 대해서만 경영권포기각서 미제출을 이유로 추가 자금지원은 물론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까지 거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진로의 경우 장진호회장이 (주)진로의 주식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추가 자금지원만 거부한채 부도유예협약을 2개월동안 적용하기로 했던 것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채권단은 당연히 이같은 시각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아직까지 3자인수 얘기를 꺼내본 적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영권포기각서는 다만 「경영책임을 진지하게 통감하면서 자구노력을 제대로 해달라는 담보용」으로 제출해야 한다는게 채권단의 주장이다. 김회장 등이 「경영이 정상화되면 물러나겠다」는 내용으로 제출한 책임이행각서는 앞으로 정상화가 제대로 안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보장이 없는, 무책임한 표현에 불과하다는게 은행장들의 지적이다. 은행장들은 특히 기아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해보자는 채권단의 노력을 기아측이 「3자인수를 위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며 못마땅해하고 있다. 특히 채권단회의에서 강경발언을 많이 한 은행장에 대해 재벌그룹과의 연관설을 흘리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채권단이 경영권포기각서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김선홍회장과 기아 노동조합과의 관계」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채권단은 김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장기 집권하려다 보니 노조에 대해 당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김회장이 노조에 질질 끌려온게 기아 경영부실의 한 원인이었고 앞으로도 노조의 행태 개선없이는 기아 회생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게 대다수 은행장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김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을 통해 김회장과 노조의 밀월관계를 단절시켜야만 비로소 인원감축 등 기아의 자구노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경영권포기각서 제출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같은 채권단의 입장이 결과적으로 삼성의 기아 인수 시나리오설의 주된 수순과 일치하고 있어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채권단의 노조 약화 시도가 무노조주의를 표방하는 삼성의 기아 인수를 위한 걸림돌 제거라는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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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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