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3부> '서바이벌 금융게임' 다시 시작됐다 4. 중국

"선진 금융사 위기 빠진 지금이 기회" 中은행 글로벌 영토 확장<br>시총 1~3위 '규모의 경제' 바탕 해외 현지법인 대폭 확대 나서<br>"유럽·美·남미업체 등 인수하자" 국부펀드 CIC 공격적 투자도

중국 베이징 중심부인 시청구(西城區)의 금융타운인 진롱지에(金融街)에 대형 금융사들의 고층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중국 대형은행들은 최근 해외 금융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영토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4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은 올해 초 파리와 브뤼셀ㆍ암스테르담ㆍ밀라노 등에 잇따라 지점을 개설해 유럽 현지점포를 두 배 수준으로 대폭 확충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의 소매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홍콩동아은행 현지법인까지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젠칭 공상은행 이사장은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해외 영업이익 비중을 10%로 늘리겠다"며 국제금융계의 파란을 예고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주춤했던 중국 금융자본의 해외진출에 다시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유럽ㆍ미국의 재정ㆍ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저가에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도 이 같은 진출 가속화를 부추기고 있다. 아울러 중국 국영기업의 잇따른 해외 에너지ㆍ광산, 부동산 투자 등에 따른 현지 금융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전략과 선진 금융기법ㆍ노하우를 배우겠다는 복안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금융회사들은 2008년 탐욕과 투기가 빚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선진 서구 금융회사들이 몰락하는 것이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5대 은행인 교통은행의 후화이방 행장은 "선진 금융회사들이 자금위기로 위축되고 자산축소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계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한국의 우리금융그룹 계열사로 매물로 나온 광주은행 인수전에 돌연 뛰어들면서 금융계를 긴장시켰던 것도 중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이라는 대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국의 해외진출 원동력의 힘은 무엇보다 세계 여타 다른 은행들이 넘보기 힘든 막강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법인의 자본금이 3억달러로 교통은행 서울지점 자산에도 못 미친다"며 "이 정도 규모로는 중국계 은행과 기본적으로 게임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6년만 해도 세계 금융회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는 미국의 씨티그룹이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상은행ㆍ건설은행ㆍ농업은행이 세계 시가총액 상위 1~3위를 휩쓸어버리는 판도로 바뀌었다. 공상은행은의 시가총액은 2,258억달러(10월13일 기준)로 세계 최대는 물론이거니와 고객 예금규모와 순익 면에서도 2007년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공상은행의 순익은 253억달러로 영미계 금융회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낸 HSBC의 132억달러보다 2배 가까운 이익을 올렸다. 특히 공상은행은 선진 은행에 비해 열세인 해외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 올 들어 유럽ㆍ미국ㆍ남미 등 전세계로 손을 뻗치고 있다. 4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시 지점을 설립한 데 이어 8월에는 아르헨티나 11위 은행인 '스탠다드뱅크 아르헨티나'를 인수했다. 중국은행은 1월 미국에서 위안화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2위 은행인 건설은행은 글로벌 금융의 심장인 미국의 최대 은행인 BOA의 아시아 법인을 인수한 데 이어 2009년에는 AIG의 홍콩 자회사인 AIG파이낸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금융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영 상업은행과 함께 중국 금융 해외진출의 또 다른 축은 국부펀드를 통한 해외 금융회사 매입이다. 3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만든 6,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주요 타깃은 해외 에너지 자원과 함께 바로 선진 금융회사들이다. 사실 2007년을 전후해 CIC는 서구 굴지의 금융회사인 ABN암로ㆍ씨티은행과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등에 투자했다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가 CIC에 2,000억달러 상당의 자본금을 증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지시하면서 금융영역에 대한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CIC는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 등과 함께 26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ING그룹의 부동산신탁펀드 지분 92%를 인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싱가포르 정부와 공동으로 브라질 투자은행 방쿠 팍투알 지분 18%를 18억달러에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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