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힘빠진 삼성-애플 특허전쟁… 항소심 1년째 잠잠

오바마 美ITC 판정 거부권 행사여부 촉각 속<br>양사, 소송대상 구형기종 이유로 소극적 대응

지난해 8월 이른바 '세기의 소송'으로 불렸던 삼성과 애플 간의 국내 특허소송 1심에서 재판부는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애플은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2개월 뒤인 10월4일 국내 법원에 항소장을 냈고 삼성도 6일 뒤 항소로 맞받아쳤다. 2심까지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갈 태세였던 특허소송은 그러나 애플이 항소한지 1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스톱'상태다.

3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항소 이후부터 지금까지 변론기일은커녕 변론을 준비하는 개념의준비기일조차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소송 당사자가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 역시 가장 최근 것이 4월이고 그 이후에는 없었다.


통상적으로는 민사사건이 배당 후 첫 변론준비기일까지 3∼4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측이 서류도 뜸하게 내고 재판도 열리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원 안팎의 평가다. 현재 항소심 심리는 서울고법 민사4부(이균용 부장판사)가 맡고 있다.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로는 삼성이나 애플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소송의 대상이 된 제품들이 이미 주력이 아닌 '구형'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는 애플이 삼성의 통신표준기술 특허 2건을, 삼성이 애플의 '바운스 백(Bounce Back)'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었다. 삼성의 기술 5개 중 2개의 특허성을 인정한 반면 애플은 10개 기술 중 1개만 인정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의 경우 갤럭시S2나 아이폰4 등 구형 기종이 소송 대상이어서 이미 신제품을 출시한 양측으로서는 굳이 항소심에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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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아직 유동적이라는 점도 삼성과 애플이 소송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ITC는 지난 8월 삼성이 애플의 특허기술 일부를 침해했다며 삼성 스마트폰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현지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상태다.

여기에 삼성과 애플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애플 당사자 쪽에서 기일지정을 서둘러달라는 신청서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다.

때문에 재판부로서도 재판을 선뜻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민사소송법 에 따르면 항소심 판결은 기록을 받은 날로부터 5개월 이내에 선고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는 강제력 없는 임의규정일 뿐이다. 재판부가 굳이 재판을 끌고 갈 동인이 없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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