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량 줄이고 수출확대 활로모색(위기의 자동차산업)

◎“조업단축은 거품제거 과정” 되레 정상궤도 진입 인식/정부 제도개선·업체별 생산량 자율억제 등 제시도『조업단축은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을 뿐이다.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생산체제, 인력 등 그동안 고성장시대에 맞춰 형성된 거품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좋은 기회다.』 주야간 4시간 잔업을 중단, 조업단축이라는 처방을 내놓은 현대자동차의 고위임원은 4일 『현대는 이미 거품제거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말은 최근 자동차시장 상황에 대한 경영진들의 인식을 잘 담고 있다. 고성장 시대는 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걸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때라는 것이다. 현대는 하루 4시간의 잔업을 없애 조업을 단축한 사실을 『정상조업에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잔업(급여는 평상시의 1백50%)은 국내업체들만 채택하고 있는 작업형태. 자동차를 만들기만 하면 팔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형태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1·4분기 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가 감소했고, 재고는 쌓아놓을 데가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내수의 정체 내지 감소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으나 각업체들이 무이자할부판매와 밀어내기로 숨겨왔을 뿐이다. 이제 그 실체가 드러났으니 이에 맞는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게 김수중 현대부사장의 말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지탱해주는 것은 내수다. 현대조사에 따르면 국내시장에서 대체수요 비중은 지난해의 경우 61.1%를 기록했다. 중복수요는 8.6%. 대체와 중복수요는 경기·시장상황에 따라 구매시기를 조정한다. 최근의 불경기, 자동차에 대한 규제강화, 소비절약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은 자동차 판매에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여기서 업계는 내수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이동화 이사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선진국들은 내수경기가 불황일때 내수진작을 통해 경제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이사는 최근 관계당국에 대한 건의와 관련, 『지원을 원하는게 아니라 국가경제와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제도가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국가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의 목을 조르고 있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억제책이 완화될 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강조한다.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는 방안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수출물량을 연초 계획보다 늘리고, 생산라인도 내수에서 수출용으로 전환중이다. 현대는 잔업중단과 함께 이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를통해 최근 당초 수출목표를 3만대 늘렸고, 기아도 41만대에서 45만대로 늘렸다. 하지만 이것이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각사의 연초 수출목표가 내수정체에 따라 이미 부풀려 놓은 상태다. 더구나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주력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일본메이커들은 엔화약세를 무기로 파격적인 할인공세를 벌이고 있어 만만한게 아니다. 경쟁과 분열보다 공조와 화합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조래승 아시아자동차 부회장은 『자동차업체 회장단이 각사 공장을 방문, 업계현안을 논의하고 대책마련에 머리를 맞댄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제 자동차업체들은 자신들의 목표달성 못지않게 업계공동의 발전을 위해 나서야 할 것으로 강조한다. 자동차산업 규모가 커졌고, 그만큼 「외압」도 크다는 것이다. 공급과잉의 대책으로 구조조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인위적인 조정은 산업전체를 뿌리째 흔들 것이라는 점이다. 또 그게 대책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김태구 대우자동차회장은 『구조조정의 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인수합병을 한다고 국내 생산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인수합병을 하는 업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각사가 신규증설을 억제하고, 저성장시대에 맞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박원배·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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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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