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다보스를 놀라게 한 아베의 궤변

중일갈등 1차대전 직전 양상 … 아태 정세불안은 中 군비확장 탓 …

야스쿠니 참배 또 정당화… 국제무대서 日입장 해명

비난여론 희석 의도 역효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국제행사장에서 현재의 중일 간 갈등을 1차대전 발발 직전의 영국과 독일의 관계에 비유하며 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또 현재 아시아태평양의 정세불안은 중국의 군비확충에서 비롯됐으며 야스쿠니신사는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전쟁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곳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아 또 다른 파문을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제44차 연차총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각국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역사 문제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중국과의 전쟁발발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본과 중국 간 긴장상태는 1차대전 발발 이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비유는 당시 영국과 독일의 왕성한 교역관계를 염두에 둔 것이며 "군사적 충돌은 엄청난 참사를 초래할 것이므로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가뜩이나 험악해진 중일관계를 1차대전 당사국들에 빗댄 그의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지역정세 불안정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중국의 군비지출 확대라며 중국이 연간 10%씩 군비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중 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을 추도하는 것은 세계 지도자들의 공통된 자세"라며 "(참배가) 소위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야스쿠니신사는 전범이나 2차대전 희생자들뿐 아니라 국적과 무관하게 모든 전쟁 희생자들을 기리는 곳이며 자신이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에 관련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일이라고 부연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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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의 입장을 강변하고 국제사회의 여론몰이에 나서려는 아베 총리의 의도는 그의 공식 연설에도 묻어났다. 일본 총리로는 최초로 다보스 기조연설에 나선 중국을 겨냥해 "군비예산을 투명화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메커니즘과 군대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제) 성장의 배당금을 군사력 확대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경제를 한층 활성화하도록 혁신과 인적자본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 은연중에 중국의 군비확충을 비난했다.

그러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쏟아지는 국제사회의 비난과 동북아에서의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입장을 해명하고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FT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아베 총리가 중일 간 충돌 가능성을 시사하며 1차대전을 언급한 데 대해 "현실주의가 세계를 참사에서 지켜줄 수도 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1차대전의 전례를 언급하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군비지출 증대를 비난하는 아베 총리가 공격적인 군사안보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케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는 23일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미국은 지역 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우려하며 총리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혀 다보스에서의 그의 해명이 무색해졌다.

한편 아베 총리는 다보스 기조연설에서 '아베노믹스' 개혁에 대한 선전에도 열을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가 "연내 법인세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하고 "앞으로 2년간 아무리 단단한 기득권도 내 '드릴'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며 개혁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BNP파리바증권의 오카자와 교야 본부장은 그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를 국제공약으로 내세움으로써 "아베 정권이 경제우선 정책으로 회귀했다는 인상을 해외 투자가들에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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