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은 공교롭게도 애플이 신제품 '아이폰4S'를 내놓고 경쟁업체인 삼성전자가 이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다음날 발표됐다. 후폭풍은 무서웠다. 전세계가 잡스의 추모 열기에 휩싸이면서 자연스럽게 잡스의 유작인'아이폰4S'로 눈길이 쏠렸다. 아이폰4S는 음성제어기능인 '시리(Siri)' 등 일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의 기능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스펙이 최근 출시된 안드로이드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감에 부합하지 못하는 실망감은 단 하루 만에 환호로 바뀌었다. AT&T에서 받은 예약주문이 12시간 만에 20만대를 넘어서는 등 기존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의 열기를 넘어선다. 잡스의 사망 소식이 단순히 아이폰4S라는 제품에 대한 관심을 넘어 애플 마니아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아이폰4S의 대항마인 구글의 레퍼런스폰 '넥서스 프라임(공식 명칭 갤럭시 넥서스)' 공개행사까지 이례적으로 연기했다. 경쟁업체이자 협력업체에 대한 예의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를 삼성의 화해 제스처로 해석하며 삼성ㆍ애플의 새로운 관계가 정립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잡스 없는 애플의 경영진이 삼성과의 관계도 다시 보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삼성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잡스의 죽음이) 애플과의 소송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잡스 후폭풍, 어디까지 갈까=아이폰4S의 예약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아직 예약주문 단계이고 다른 애플 제품 판매사인 버라이즌과 스트린트 등이 아직까지 집계된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등 애플 제품을 선호하는 국가 중 아직 출시되지 않은 국가가 더 많다. 이들 국가에 아이폰4S가 출시됐을 때는 이미 잡스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식은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 특허소송 등 기존 입장 변함 없어=삼성전자는 이번 '삼성 모바일 언팩 2011' 행사를 연기한 것은 잡스의 사망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잡스 추모 열기로 전세계가 들썩거리고 있는데 반(反)애플 진영이 신제품 출시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협력업체라는 특수성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 특수한 상황에 잠정 연기됐을 뿐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넥서스 프라임 출시행사는 삼성에 정말 의미 있는 행사"라며 "시기만 결정되지 않았을 뿐이지 조만간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행사 취소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번 행사는 미국통신사업자연합회(CTIA)가 주최하는 'CTIA 2011' 첫날 열리는 이벤트로 구글 진영이 안드로이드4.0 레퍼런스폰을 처음 공개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전세계 정보산업(IT)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소개는 물론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과 특파원의 간담회, 구글 임원진과의 인터뷰까지 준비하며 공을 들여온 행사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진행해온 소송도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이폰4S를 출시한 지 12시간 만에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에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다른 국가에 추가소송을 낼지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