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늘 8월께 7차 공식 협상에서 1단계 모델리티(기본지침)에 합의한다. 한중 FTA는 올 하반기 2단계 품목별 협상에 진입하고 이르면 내년에 협상 타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국이 1단계 협상에서 시장을 얼마나 열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은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겠다는 기본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높은 수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속도는 빨라졌지만 실익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한중 FTA 8~9월께 1단계 협상 타결=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중 FTA의 1단계 기본지침이 8∼9월 중국에서 열리는 7차 협상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중 양국은 2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6차 협상에서 1단계 기본지침에 대한 대략적 합의를 이룬 뒤 중국에서 열릴 7차 협상에서 구체적으로 합의 내용들을 조문화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협상에서는 전체적인 상품 자유화율과 함께 초민감ㆍ민감ㆍ일반 품목의 비율이 정해지는데 핵심은 10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 일반품목의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이다. 이를 두고 한중 통상 당국은 치열한 물밑공방을 펼치고 있다.
◇자유화율 90%에 근접…개방 보호막은 여전히 높아=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FTA의 상품 자유화율(관세 철폐 비율)이 90%에는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무 산업부 FTA 교섭관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밀도 있게 실무협상을 진행해 지금은 랜딩존(협상 타결 지점)으로 진입, 그 안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초 한국이 비교우위를 점하는 주요 공산품을 대부분 민감품목에 포함해 상당히 낮은 자유화율을 들고 협상에 임했으나 최근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의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그러나 일부 공산품은 협상에서 확실히 보호해 국내 반발을 최소화 한다는 원칙은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측 농산물의 추가 개방이 필요하지만 우리 통상 당국도 국내 정서를 고려,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 FTA에 비해 낮은 수준의 개방…실리보다는 명분=그간 답보 상태였던 한중 FTA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개방 수준은 기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90% 이상의 상품 자유화율만 해도 높은 수준의 FTA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 통례상 이는 FTA의 최소요건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맺은 한미, 한ㆍ유럽연합(EU) FTA는 모두 자유화율이 95% 수준을 넘었고 가장 낮은 수준으로 체결돼 활용도가 떨어지는 한ㆍ아세안 FTA가 90% 수준이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들이 앞으로 2단계 협상 과정에서 민감ㆍ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될 경우 한중 FTA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기간산업들을 국영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측의 산업구도상 공산품의 전면적인 개방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통상팀장은 "상품 자유화율 90%를 높은 수준의 FTA라고 볼 수는 없다"며 "양국이 민감도를 고려해 상품교역에서 최대한 보호막을 쳐야 하는 입장이라면 향후 서비스나 투자 부분 협상에서 개척할 만한 시장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