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꼬이는 日 원전 재가동… 기업들만 죽을맛

규슈전력 원전 찬성 여론조작 시도 물의 정부는 총리가 담당부처 방침 하루만에 번복.. 국민들 국가 신뢰 바닥 일본이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여부를 놓고 극심한 정책 혼선과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가동시점이 수개월간 늦춰질 것으로 보여 산업현장의 생산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원전에 대한 담당부처의 ‘안전선언’을 총리가 2주 만에 번복하는 등 정부 내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다 전력회사가 자회사 직원까지 동원해 원전에 찬성하는 여론 조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원전 정책과 잇단 혼선은 가뜩이나 정체된 기업들의 생산활동에도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전 재가동 기대감을 높여왔던 기업들은 총리의 갑작스러운 스트레스테스트 시행 방침으로 올 여름 원전 운전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전력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일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일본공산당 의원은 최근 규슈 겐카이초(玄海町)에서 열린 원전 재가동 문제 찬반 토론회에 앞서 규슈전력이 자회사 직원들에게 원전에 찬성하는 이메일을 보내라고 지시, 원전 재가동을 위한 여론 조작에 나섰다고 폭로했다. 규슈전력의 마나베 도시오 사장은 사죄 기자회견까지 가졌지만 비도덕적인 ‘무리수’ 때문에 국민들의 악감정은 더욱 고조됐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부의 엇박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갑작스레 모든 원전에 대해 내구성 진단(스트레스테스트)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18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정기점검중인 원전은 안전하다”고 선언한 지 약 2주일 만에 총리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새로운 방침을 내놓음으로써 원전 재가동을 준비해 온 지자체들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특히 경제산업성의 안전선언 등에 힘입어 지난 4일 원전 입지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운전이 중지된 원전에 대한 재가동 승인을 내린 겐차이초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할 거였으면 그 사실을 빨리 알려줬어야 한다. 국가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사흘 만에 겐카이 원전에 대한 재가동 승인 철회 결정을 내렸다. 가이에다 경제산업상도 총리 발표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사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원전을 둘러싼 정부의 혼선은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기대를 모았던 겐카이 원전 재가동이 여론조작 사태와 스트레스테스트 변수로 사실상 물건너간 데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운전을 검토 중이던 다른 지역들도 적어도 수 개월간 가동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게 되자 답답해진 것은 기업들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원전 재가동이 늦어지면 전국 9개 전력회사 가운데 7개는 올 여름 공급예비율이 적정수준인 8~10%를 크게 밑돌 전망이며, 규슈전력의 경우 겐카이 원전 재가동에 힘입어 13%까지 끌어올리려 했던 예비율이 3.5%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 등을 의식해 일본에서 겨우 생산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이 이처럼 계속되는 정책 혼선과 그로 인한 전력부족 장기화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한 자동차업체 임원은 “전력부족이 장기화한다면 공장의 해외이전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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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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