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OECD의 뇌물추방 협약(사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폐막됐다. 29개 회원국에서 경제·외무장관 등 62명이 참석한 이번 이사회는 뇌물방지와 다자간 투자협정(MAI) 등에 합의, 주목을 끌고 있다.각료이사회는 OECD의 최고의사 결정기구로 여기서 합의한 사항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OECD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이사회에 참석, 무난히 신고식을 마쳤다. 각료 이사회에서 합의된 사항 가운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은 뇌물방지 협약일 것이다. 뇌물추방협약은 바로 우리나라를 겨냥하는 것 같아서다. 한보사태로 부정·부패의 나라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우리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부문이기 때문이다. 각료이사회의 합의는 국제간의 상거래에서 외국의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발본색원 하자는 것이다. 이에따라 회원국들은 형사처벌을 위한 국제협약을 금년 말까지 타결지어야 한다. 또 입법안을 내년 4월까지 자국의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행시기는 내년 말부터이다. 일반적으로 국제간의 상거래에서는 리베이트나 커미션 등의 이름으로 뇌물이 상식이다. 이같은 뇌물은 개도국이나 후진국으로 갈수록 극성을 부린다. 우리나라도 몇년전 차세대 전투기 기종 결정을 둘러싸고 국방장관을 비롯, 공군총장 등이 구속되지 않았는가. 각료이사회가 이번에 뇌물을 추방키로 합의한 것은 뇌물의 폐해를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간의 공정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존립마저도 위협하는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라는 점에서다. 사실 뇌물의 공여자는 지금까진 OECD국가들의 기업이었다. 이들은 뇌물을 무기로 삼아 불공정거래를 서슴지 않았으며 이것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 공여자의 입장보다는 받는 쪽이었다. 그것은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데다 정부의 지나친 행정규제 탓에서 비롯된다. 뇌물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나 마찬가지다. 각료이사회가 이번에 무역장벽해소를 위해 각국에 대해 규제개혁 권고안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정부도 이 기회에 깨끗한 거래가 정착될 수 있도록 풀 것은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그래서 뇌물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하나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우리기업의 개도국 진출과 관련해서다. 우리기업의 해외공사수주에 커미션 얘기가 뒤따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제는 공여자도 처벌되는 만큼 거래관행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살아 남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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