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시장을 움직이는 우먼파워] <5·끝> 전문가 좌담

"女心 잡으면 男心은 덤… 여성 심리 이해·소통 늘려야"

지난 23일 서울 충무로 서울경제신문 11층 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강태영(왼쪽부터) 제일기획 팀장, 최정환 LG경제연구원 실장, 서춘관 기아차 이사, 오상훈 마케팅인사이트 이사가 여성 시장의 특징과 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구매결정 주로 여성이 하고 구매성향도 까다로워
감성적 접근에 만족 말고 기술적 측면서 어필도 필요
겉으로만 수용하면 실패 정보 통로·특성 집중 파악
기획·생산·마케팅 전반에 여성 전문성 활용도 높여야
◆참석자 (가나다순)
강태영 제일기획 캠페인14팀장
서춘관 기아자동차 국내마케팅실 이사
오상훈 마케팅인사이트 연구본부 이사
최정환 LG경제연구원 경영연구실장
"과거 여성 시장은 '마이너리티(소수집단)'의 지위였지만 이제는 시장의 한 축을 당당히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성 고객의 특성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23일 서울경제신문 회의실에서 개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사회에서 여성이 구매의 핵심으로 떠오른 점을 강조하며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고객의 특징으로 ▦까다로운 구매성향 ▦다중적이고 심층적인 의사표현 ▦주체적인 정보 발신 ▦지식창출능력 등을 꼽았다. 이들은 이 같은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지 여부에 따라 미래시장의 승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톰 피터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여성'과 '노인'을 21세기 미지의 시장으로 규정했다. 여성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서춘관 이사=여성 자동차 오너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쏘울ㆍ모닝ㆍ프라이드 차종은 여성 구매비율이 40%를 넘는다. 일반적으로는 25% 수준이다. 쏘울은 한때 45%까지 가기도 했다. 여성 운전자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트렌드다. 그 이면에는 커리어우먼이 늘어났다는 점, 결혼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자기만의 생활을 찾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커리어우먼은 자기 개성을 나타내는 데 적극적이다 보니 기업이 여성 고객에 대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강태영 팀장=내가 담당하는 제품은 에어컨ㆍ냉장고 등 주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다. 이런 영역에서 주부ㆍ여성은 이미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을 일컫는 블루오션 수준을 넘어 막이 오른 상태다. 과거 여성 시장이 마이너리티의 지위를 가지고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시장의 반을 넘어 축을 형성하고 있다. ▦오상훈 이사=소비시장에서 여성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 2000년 초부터다. 미국의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가계지출에서 여성이 구매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80%다. 자동차마저 미국에서는 이미 80%라고 한다. 블루오션을 넘어 이미 형성된 시장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는 데 동감한다. 여성이 더 중요한 이유는 구매성향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여성을 만족시키면 남자도 만족한다. ▦최정환 실장=실제 구매의사결정은 거의 다 여자가 하고 있다. 자녀 교육, 주택 구입, 재테크 그 외 일상에 중요한 가구 같은 것은 모두 여성들이 구매의사결정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통계청 수치를 보면 국내 취업자 2,400만명 가운데 여성이 990만명이다. 이미 느끼는 바와 같이 구매력과 소비여력을 가진 사회의 세그먼트(영역)로 자리잡고 있다. 주목할 점은 여성과 남성 취업자 비율이 4대6이고 남자가 소비도 더 많이 하지만 앞으로는 바뀐다는 점이다. 소비주체가 여성이 되고 핵심시장으로 부상하면 기업이 어떻게 대비할까가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아직 기업들이 그 정도로 인지를 못하거나 소홀히 하고 여성도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 이사=스마트폰의 경우 여성 보유비중이 2009년 하반기에 16%였지만 지난해 상반기 27%, 하반기 30%로 오르더니 올 상반기는 40%에 이른다. 스마트폰은 대부분 비즈니스 용도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주부들이나 일반 여성들도 산다는 의미고 결국 여성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사회=기업이 여성 고객에게 특히 주목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서 이사=여성은 아무래도 남성과 차이가 있다. 메커니즘보다 감성적인 측면을 기업은 고려하게 된다. 여성 배려라고 하면 드라이빙 슈즈를 넣을 언더트레이를 먼저 생각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도 차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늘어나는 만큼 감성뿐 아니라 메커니즘(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감성적인 측면을 자극하는 게 효과적이다. ▦강 팀장=새로운 브랜드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하느냐는 표현방식에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 남자는 '어떤 물건이다'라는 '왓(what)'에 주목한다. 냉장고 수납공간을 확충했다면 남성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몇㎝ 늘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여자는 스토리텔링에 영향을 많이 받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제품이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하우(how)'의 방식이다. 여성을 위한 차라면 파워나 성능에 집중하기보다 어떤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줄 것인지 제시하는 방법이 좋다. ▦오 이사=현재 제품을 만들어내는 당사자, 기업이 대부분 남성 위주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러 조직에서 남성중심 사고나 문화가 팽배하다. 즉 여성을 위한 니즈(needs)가 있으니 학습 후 따라가는 정도의 수준이지 적극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 여성을 위한 배려와 기획이 자연적인 DNA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 실장=근본적으로 남성마케팅이라는 말은 없다. 아직은 남성중심적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기업들은 부인들이 어디에 고충이 있는지, 즉 통점(pain point)이 무엇인지 모른다. 엎드려 걸레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부였던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은 이 같은 통점을 알았기 때문에 스팀청소기가 히트한 것이다. 통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매결정 및 구매행위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사회=여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미를 강조하기보다 제품 기획과정, 철학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 이사=얼마 전 여성 지인으로부터 자동차 뒷좌석에도 선글라스 케이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를 데려다 줄 때 안경을 쓰는 아이가 뒷좌석에서 안경을 벗고 편하게 잘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소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통로를 늘려야 한다. ▦최 이사=기업이 여성의 통점을 파악해냈다 하더라도 실제 회사의 자원 제약이나 생산에서의 문제, 납기 등 여러 현실적인 애로사항으로 반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이 돼야 여성 고객의 통점을 해결할 수 있다. ▦강 팀장=여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트렌드 차원에서 기업들은 정보가 흐르는 통로와 특성을 파악하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쌍방향 의사소통구조가 활성화돼 있는데 남자들은 소셜공간에서 팩트 전달에 치중하는 반면 여성들은 의견이나 평가를 소통한다. 소통관계 역시 남자들은 1대1의 관계를 형성하지만 여자는 1대20의 관계가 이뤄진다. 양과 질의 측면에서 여자들이 영향력을 많이 발휘하는 것이다. ▦오 이사=여성의 요구를 듣더라도 진의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마케팅컨설턴트 메리 로 퀸란에 따르면 미국 포스앤타운이라는 의류매장은 이 같은 진의 파악에 실패한 경우다. 매장 탈의실의 취향이 18세 아이들에게나 어울린다는 중년여성들의 불만에 매장 측은 곧 50대 이미지에 맞게 탈의실을 개조했다. 그러나 매장 손님은 더욱 떨어졌다. 이유는 50대 여성이 18세까지는 아니더라도 30대 정도의 젊은 취향으로 대접받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표피적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실패가 있을 뿐이다. ▦최 이사=역시 심리를 읽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여성이 휴대폰을 구매하는 인자로 기업은 스크린 사이즈, 인터페이스, 그립감 등을 꼽았다. 그러나 정작 조사결과 여성들이 새 휴대폰을 산 이유는 '남들이 다 사니까 없으면 부끄러워서'였다. 심리를 놓치고 제품만 보면 시장을 잃는다. ▦사회=그렇다면 내밀한 여성심리를 이해하고 여성의 감수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별도로 여성조직을 만드는 식으로 기업의 조직 구성도 바뀌어야 하나. ▦서 이사=현실적으로 대졸 여성 지원율과 채용률이 점점 높아져 자연스레 여직원의 의견을 묻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아차의 경우 차종에 따라 다양한 직급의 여성직원으로만 이뤄진 사내평가단이 있는데 소형차나 소울 박스카 같은 차종의 경우 여직원 평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전폭적으로 여성 위주로 확산할 수는 없지만 일부라도 그런 여성 패널을 구성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강 팀장=과거 저임금 단순노동 중심이었던 여성노동이 1990년대를 지나면서 참여비율이 높아지더니 이제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더 책임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분야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직 내 여성의 역할 확대는 대세화된다. 이제 여성마케팅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지는 시기가 온다. 다만 여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 반드시 여자가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여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 필요한 것이다. ▦오 이사=여성감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만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여성직원 비율이 많은 콜센터 같은 조직에는 원활한 운영을 위해 남성직원을 꼭 일부 채용한다고 한다. 태스크포스나 여성 중심 운영을 시도하는 것은 좋지만 조직운영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조화로운 비율이 필요하다. ▦최 이사=조직 내 여성ㆍ남성을 의식하는 문화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어떤 일에 어떤 역량과 스킬을 가진 이가 누군가가 더 중요하다. 아울러 자유롭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여자가 많더라도 남자가 의사결정을 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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