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휴대폰 보조금 규제



13일부터 이동통신 3사가 순차적으로 역대 최장인 45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고 이날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추가제재를 결정하면서 휴대폰 보조금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불법 보조금을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칼을 뽑아든 데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업체 간 경쟁으로 촉발된 보조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보조금 규제를 찬성하는 쪽은 통신·단말기업체의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가 부당한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규제 반대 측은 요금인가제까지 아예 없애 자율경쟁 체제에서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보조금을 줄이고 요금인하 경쟁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양측의 견해를 듣는다.

● 찬성 이태희 국민대 경영대 교수


투명하게 공개해야 '호갱님' 양산 막아

장기적으론 단말기 - 서비스 분리해야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말기 유통법 )' 처리가 지연되면서 '공짜폰' '호갱님' '복불복 보조금' 등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 1·23, 2·11, 2·26 등 보조금 대란 시리즈도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투명공시, 보조금 부당차별 금지, 보조금과 요금할인 선택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단말기 유통법은 이동전화 보조금 정책이 통신요금 정책과 더불어 사회후생을 개선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다.

단말기 유통법을 반대하는 논리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주장은 경쟁으로 인해 상품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마시는 커피도 대용량으로 구입해서 집에서 마시면 한 잔에 100원 미만인 것을 자판기에서 사면 몇 백원, 그리고 특급호텔에 가서 마시면 만원이 넘는 것이 경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커피가 서로 다른 시장의 상품이라는 점이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와 호텔에서 마시는 커피는 재료비는 같을지 몰라도 서비스원가는 분명히 다르며 수요탄력성도 다른 재화다. 반대로 이동전화 단말기는 집에서 사용하든, 자판기 옆에서 사용하든 호텔에서 사용하든 동일한 재화이므로 일물일가의 법칙이 시장경쟁의 기준이 돼야 하며 보조금과 같은 할인정책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시장경쟁은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효용과 가격을 합리적으로 비교해 구매의사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 구매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두세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재의 단말기시장 상황이 시장경쟁의 조건을 만족시키는지 의문이다.

'보조금 투명화법'이라 불리는 단말기 유통법이 평균적인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단말기 구매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유다.

단말기시장에 대한 경쟁정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단말기시장과 요금시장이 강력하게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공짜폰을 구입한 가입자의 이면에는 단말기 할인 또는 요금할인을 받지 못한 다수의 소비자가 존재한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을 소수의 신규가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할인된 요금제를 전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것보다 이익이 되므로 요금할인보다 보조금 지급을 선호하게 된다.

이것이 단말기시장을 그대로 두고 요금시장에서 요금인가제를 폐기한다 해도 요금경쟁보다 보조금경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1996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이동전화서비스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으로 상용화함에 따라 조속한 가입자망 확보가 정책 성공의 열쇠가 됐다.

이에 대한 투자를 이동통신사가 맡아 수행한 것이 오늘날 단말기 유통구조 독과점화의 시발점이 됐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단말기시장과 이동전화서비스시장의 분리를 지향해 각자의 시장에서 경쟁논리가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단기적으로는 단말기 유통법과 같은 정책을 통해 보조금이 선진국 수준으로 안정화되도록 하고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이 보조금에서 요금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말기 유통법을 둘러싼 논쟁은 추가적인 규제도입이 아니라 어떤 정책이 경쟁상황을 촉진시킬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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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기업 사적 영역 침해하는 과잉규제

인가제 폐지 요금 경쟁체제 전환을


같은 비행기를 타더라도 탑승조건에 따라 요금은 천차만별이다. 들쭉날쭉한 요금이지만 누구도 이를 '차별적이거나 불공정하다'고 하지 않는다. 휘발유도 주유소마다 가격이 차이가 난다. 경쟁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아비규환으로 그려지고 있다. 새벽부터 공짜폰을 사기 위해 수백명이 줄을 서는 볼썽사나운 풍경이 연출되는 지경이다.

보조금을 둘러싼 규제 당국과 통신사 간의 쫓고 쫓기는 규제·규제회피 행위는 익숙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왜 이리 혼란스러운가. 현상 뒤에는 항상 본질이 있다. 현재 통신사 입장에서 보조금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경쟁수단이 없는 탓이다. 어지러운 보조금 경쟁은 '규제의 산물'이다.

이동통신 산업은 기지국 건설 등 초기투자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혼잡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새로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적 비용은 거의 '영(零)'인 특성을 갖는다. 이용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통신사업자는 유리해진다.

따라서 요금은 이용 약정액에 연계될 수밖에 없다. 같은 단말기라도 고가요금제 고객에게는 많은 지원금을, 저가요금제 고객에게는 적은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차별적'으로 보이는 지원 금액의 이면에는 이 같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법'대로 지원금을 묶으면 차별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비싸게 사야 한다.

또 보조금 지급에 상한선이 적용되면 경쟁사 고객을 유치하려는 통신사업자 간의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현재의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되고 최신 기능의 신제품에 대한 접근 기회도 줄어든다.

소비자는 자동차 가격보다 휘발유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통신비 부담도 마찬가지다. 통신사업자 간의 요금인하 경쟁이 작동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보조금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단말기 유통법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현재의 통신요금은 '정부주도 담합'과 다름없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2개사가 이를 추종하는 '가격선도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선 당국에 의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통신요금 인가제를 고집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일본도 1996년 요금 인가제 폐지 이후 후발 주자인 소프트뱅크가 다양한 요금 상품을 출시하고 NTT도코모 등이 맞대응하면서 신규 가입비와 기본사용료가 인하됐다. 우리나라도 통신사 간 요금경쟁이 실질화되면 지금의 보조금 살포 관행은 사라질 것이다. 보조금에 함몰돼 통신요금을 낮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는 통신서비스와 결합돼 소비되기 때문에 제조업자는 판매촉진 차원에서 통신사업자에게 판매 장려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법안대로 차별적 장려금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제조사에 판매 현황·비용·수익 등의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사적(私的) 영역을 침해하는 과잉규제다. 제조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배정받아 영업하는 인허가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를 위해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통신요금 경쟁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요금인가제를 전제로 보조금을 규제하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선택의 기준은 분명하다. 소비자 이익이 먼저다. 이는 정언적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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