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가격 21개월만에 최저… 빛 잃어가는 금

최고가보다 20% 이상 떨어져 자금난 유럽 매각 러시도 예상<br>본격 하락세 진입 전망 힘실려


지난 수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최고의 투자대상이던 '금'이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 기대감과 양적완화로 대다수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본들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키프로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풀 것이라는 소식이 가격 약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1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1,501달러로 전날보다 63.5달러(4.1%) 하락했다. 이는 2011년 7월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중 한때는 1,491.40달러까지 떨어져 역시 21개월 만에 1,50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2011년 8월 1,900달러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는 20% 이상 하락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약세장으로 반전됐다.

로빈 바하르 소시에테제네랄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지지선이던 온스당 1,535~1,540달러선이 힘없이 무너졌다"며 "금 시장이 본격적으로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인 조지 소로스도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위치는 붕괴했다"며 "금은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특히 연간 기준으로 12년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이 무너지면서 금값이 이제 하락세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금값 전망치를 1,610달러에서 1,545달러로 낮춘 데 이어 내년 전망치도 1,490달러에서 1,350달러로 금값 하락세를 예상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미국ㆍ일본 등 주요 국가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금 같은 현물보다는 주식투자가 선호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키프로스 정부가 구제금융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을 매각하고 있다고 밝혀 금 가격 하락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키프로스가 매각하기로 한 금은 4억유로(10톤) 규모에 불과해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유로존 위기국 가운데 첫 금 매각이라는 사실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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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다른 재정위기국마저 금 매각에 동참할 경우 금 투자 매력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금 보유량이 2,451.6톤(946억유로 상당)으로 세계 4위이며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각각 382.5톤과 281.6톤을 보유하고 있다.

USAA귀금속펀드의 댄 덴보우 펀드매니저는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들이 주요한 금 매입자 역할을 해왔지만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금 매도로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그동안 금 투자 선봉에 서왔던 존 폴스 '폴슨앤코'헤지펀드 회장은 76억달러를 금에 투자하고 있다. 폴슨 회장은 소로스에 맞서 금에 대한 애정과 함께 투자대상으로서 장점을 강조해온 인물이지만 최근 금값 하락으로 수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울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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