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의 올 상반기 경영성적표다.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1억원 늘었으며 경상이익은 지난해 35억원 적자에서 7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면에서도 지난해 상반기 104억원 적자에서 올들어서는 74억원의 흑자를 내는등 모든 경영지표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이후 철강 수요산업 침체로 극심한 경영 위기를 겪었던 동국제강이 다시 안정적 경영 기반을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영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주요 원인은 건설경기와 조선경기의 호조에 따른 철강재 판매량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함께 원자재 가격의 안정까지 겹쳐 순풍의 돛을 달고 있는 격이다.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차입금 상환에 따른 영업외 비용도 크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들은 동국제강이 곧 위환위기 이전의 모습을 곧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국제강을 포함해 연합철강, 한국철강, 국제 종합기계 등 동국제강그룹은 외환위기 이전인 96년까지만 해도 당기 순이익규모와 부채비율이 30대 그룹 가운데 각각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알짜배기 기업이었다.
매출액 순이익율은 30대 그룹 평균이 0.2%였지만 동국제강그룹은 평균 3%를 기록해 가장 많이 남는 장사를 하는 기업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INF사태는 동국제강그룹에게도 큰 타격을 주었다.
97년 부채비율이 324%까지 치솟았고 차입금 규모가 늘면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러나 시련은 잠깐.
97년초 포항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부산공장부지 매각대금 등으로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차입금 상환에 나서 한때 크게 높아졌던 부채 비율도 다시 200%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부채 비율 200%달성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동국제강은 일찌감치 목표를 달성, 경영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 동국제강의부채 비율은 188.1%.
동국제강 그룹 전체로 보면 부채 비율은 더 낮아져 168.6라는 놀라운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동국제강이 이처럼 위기에 강한 건실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눈 팔지 않는 「철강 외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동국제강과 연합철강·한국철강·국제기계 그리고 철강 운송업체 등으로 이루어진 13개 계열사는 사업 다각화나 문어발식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이같은 「철강외길」에 대한 고집은 장상태(張相泰)동국제강 회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그룹 규모가 커지면서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등에 대한 유혹도 많았지만 「본업」이외에는 결코 눈을 돌리지 않았다는 것이 동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한 우물을 파온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을 동국제강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엿보게 한다.
이훈기자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