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황혼이혼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최근 들어 백년해로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회동향 자료에 따르면 황혼이혼율이 1990년 5.2%에서 2011년 25%로 늘었다고 한다. 불과 20년 만에 황혼이혼율이 다섯 배나 증가한 것이다. 배우자 만족도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만족도가 낮은 편이며 50대 중년 여성으로 갈수록 남편에 대한 점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관 변화에 노년층 불화 늘어


황혼이혼이란 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낯선 단어였다. 사회의 비판적 시선 때문에 이혼을 망설였으며 자식이 ‘보호인자’ 역할을 했으나 여성의 권익이 향상됨에 따라 참고 사는 미덕이 끝난 것이다.

황혼이혼이 늘어난 이유는 많이 있으나 그중에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큰 원인을 차지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부부 간의 지위가 동등해지면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또한 기대수명의 증가로 부부가 자녀를 출가시킨 후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가부장 문화에 따른 낮은 친밀도로 황혼이혼이 높아진 것이다. 오죽하면 ‘60대는 살갗만 닿으면 이혼당하고’ ‘70대는 존재 자체가 이혼 사유다’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겠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자만 내 곁에서 사라진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이다. 이혼한 배우자들은 앙금이 쌓이기 전에 해결책을 찾지 못했음을 후회한다. 이혼의 후폭풍이 생각보다 큰 것이다.


황혼이혼의 증가는 개인 문제를 넘어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시킨다. 가정의 해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존감 저하, 고독사, 극단적 자살 등 많은 사회적 부담을 안겨준다. 특히 한 부모 가구는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취약해 많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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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회적ㆍ국가적 차원의 해결책 모색이 필요한 때다. 황혼이혼 예방을 위해 ‘올바른 대화법’ ‘부부애 회복’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가정은 남성의 사회생활 은퇴와 여성의 자녀 양육이 끝난 다음에 부부가 하루 종일 집안에 같이 있게 된다. 이때부터 소통 부재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상대방과의 대화 방법과 공감은 한순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 부부생활 속에서 훈련하고 이해하는 습관을 길러야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부부의 평등함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젊은 부부를 위한 ‘새내기 부부학교’, 노년층 부부를 위한 ‘실버 부부학교’와 같은 성인교육기관 확대가 필요하다. 배우자를 위한 간단한 요리와 세탁기 사용법, 빨래 접는 법 등의 가사일을 배우기도 하고 아내와 친구가 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 과정 개발도 진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복지 차원에서 부부가 함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시설을 마련해주거나 부부 전용 상담소ㆍ병원의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은퇴 후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있지만 갱년기를 기점으로 호르몬의 변화와 분노 조절 능력 감소 등이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신체 노화에 따른 심리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부부간 소통 위한 프로그램 늘려야

지금 우리는 100세 시대인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황혼기 이혼의 증가는 사생활 영역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가정이 병들어가는 상황에서는 건강한 사회를 생각할 수 없다.

특히 노년 부부의 삶은 젊은 세대들에게 가족에 대한 가치관, 결혼관 형성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기관ㆍ사회단체에서 황혼이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 제시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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