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외교가에 '美·中사이 길찾기' 공부열풍

위상 커진 中과 소원한 관계 해소 필요성 대두<br>美·中관계 악화때 불가피한 선택 상황 올수도<br>"中부상 경제적 활용하되 안보 리스크 줄여야"

"앞으로 우리 외교의 가장 큰 과제는 한미와 한중 관계를 어떻게 조화해나가느냐가 될 것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한 포럼에서 한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즘 국내 외교가에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 대한 공부열풍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외교 관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관계 속 한국외교의 길 찾기'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우선 한중관계 차선' 원칙에 대한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졌으나 그러는 사이에 중국은 국제적 위상이 훌쩍 커서 우리에 '차선'의 대상에 머물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 것인가가 시급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 미국과 중국을 두고 근본적 결정 내려야"=7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는 외교안보연구원 주최로 한미중 학술회의가 열렸다. 연구원 스스로 '한미중, 한반도 미래 비전을 논하다'라는 부제를 붙일 만큼 이날 회의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한미∙한중 관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말 외교부가 주최한 '2011 하반기 기자단 워크숍'에서도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른 한국 외교의 과제는 주요 주제가 됐다. 김 장관이 강연자로 나선 포럼까지 포함해 최근 '미중 사이에서의 길 찾기'가 한국 외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제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는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복원하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로서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오는 13일 '국빈' 초청한 것은 이 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반면 그 사이 중국과는 상대적으로 소원한 관계가 됐다.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비롯해 ▦상하이 스캔들 파문 ▦탈북자 문제 ▦조업어선 전복 사고 등에서 한중 사이의 불협화음이 지속돼온 것이다. 우리 외교가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은 최근 월가의 위기 등으로 대변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패권)의 약화와 상대적인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 패권하에 세계평화)의 강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간 우리 외교가 미국을 최우선으로 놓은 데 반해 최근 글로벌 기류는 중국의 부상을 주목하면서 상대적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외교가 멀지 않은 훗날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를 골라야 하는 비극적 상황에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회의에 발표자로 참석한 스티븐 월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는 "미중관계가 악화된다면 한국으로서는 아주 근본적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며 "이 선택은 한국의 국운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 경제적 기회인 동시에 안보적 도전"=미중 사이에서 우리 외교가 힘겨워 하는 부분은 북한의 존재다. 비핵화와 더불어 궁극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북한 체제를 존속시키며 동북아 지역 내 안보 패권을 주도하려는 중국보다는 비핵화에 뜻을 함께 하는 미국에 좀 더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안보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데 외교적 역량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중국의 부상으로부터 나오는 경제적 기회를 활용하는 한편 안보에 도전적인 부분들을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이 새롭게 얻은 권력을 공공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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