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인터넷라이프] 인터넷에 집을 짓자

이제 세상은 두 개다.지금껏 우리는 한 세상만 보고 살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개의 세상에서 살 수 밖에 없다. 마치 숙명처럼… 피할 수 없다. 지금껏 살아온 세상은 「현실」. 앞으로 부대끼고 호흡할 세상은 「인터넷」. 여기선 인터넷이 「씨앗」이고, 「땅」이고, 「환경」이다. 현실과 사이버세상은 뗄레야 뗄 수가 없다. 두 소리의 「공명」으로, 비로소 풍요로와지는 「화음」과도 같다. 현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집을 지었다. 집 짓기 위해 때론 세상(환경)을 파괴하기도 했다. 집 없이 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세상에서도 우리는 집 짓는 일을 쉬지 않을 것이다. 「홈페이지」로 불리는 「인터넷 집」. 징후는 뚜렷하다. 월드와이드웹(WWW·인터넷의 다른 이름)이 나온 뒤 수년만에 인터넷 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센서스 통계 내기도 힘들다. 서울 영등포에 최근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린 일이 있다. 그 때문에 주변 도로가 하루종일 마비됐다. 한 업체가 건설할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다. 7월1일부터 인터넷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지금까지 개인은 인터넷 집 주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7월부터는 개인에게도 인터넷 주소를 분양한다. 이제부터 개인도 인터넷 집에 자신의 「문패」를 달 수 있는 것이다. 개인 인터넷 주소를 분양하는 것은 사이버 주택 시장에 큰 의미가 있다. 현실 세상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된다. 대형 고층 빌딩만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삭막한가. 사이버 세상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개인도 인터넷 집을 가질 수 있지만 모두 대형 고층 빌딩의 한 켠을 전세냈을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자기 문패를 단 전원 단독 주택을 건설하거나,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집 시장에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개인도 인터넷 집을 마련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집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싫건 좋건 이제 인간은 현실 세상과 더불어 스스로 창조해낸 사이버 세상을 함께 살아야만 한다. 인터넷 집은 우리에게 현실의 집과 거의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우선 돈이 된다. 현실의 집은 돈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치부의 수단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인터넷 집도 마찬가지다. 점차 비즈니스 공간이 인터넷으로 옮겨지고 있다. 집이 있어야만 사업도 한다. 다만 인터넷 집은 아이디어와 정보로 가득 채울 때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인터넷 집에 서점을 만들어 떼돈을 번 「아마존.COM」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돈이 다는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이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말처럼 「집이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듯 인터넷 집도 「삶의 공간」인 것이다. 공무원인 이문실씨(46)와 그의 가족에겐 특히 그렇다. 이씨의 부인 김연순씨(43)는 오랜 꿈을 인터넷 집(WWW.SHINBIRO.COM/@MINJINE)을 통해 이뤘다. 문학소녀였던 김씨는 자신의 인터넷 집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린 끝에 이젠 전문가들이 알아주는 작가가 됐다. 두 자녀인 민지(15)와 승환(12)이도 인터넷 집에 가족 신문을 만들어 멀리 있는 친지들과 지속적으로 사랑을 나눈다. 인터넷 집은 특히 현실의 집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이다. 시공을 넘는 세상과의 소통이 그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현실의 집은 갈수록 「닫힌 공간」이 됐다. 특히 콘크리트 재료가 많이 쓰이면서 현실의 집은 더욱 밀페되어 간다. 세상과 소통할 틈이 그만큼 좁아진다. 그 틈을 인터넷 집이 다시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씨의 두 자녀가 시공을 초월해 항상 여러 친지들과 만나듯이. /이균성 기자 GSLEE@SED.CO.KR 7월부터 개인도 인터넷 주소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도 집(홈페이지) 짓기 열풍이 불 전망이다. 현실에서 집 없이 살 수 없듯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세상에서도 집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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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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