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제2 중동 붐 해외PF 활성화] 재원 방안 없으면 '그림의 떡'… 돈줄 터줘 황금알 사업 선점

건당 발주 수백억弗… 부가가치도 높아 BOT방식 많아 PF 실패땐 수주 무의미<br>무역보험공사 플랜트 지원만으론 한계… 분리과세로 기관투자 확대 등 나서기로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수출은 원전기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되는 계기였다. 이후 터키 원전 수출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등 '한국형 원전 수출'의 중흥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희망의 색깔은 희석됐다. 재원조달이 벽으로 다가선 것이다. 186억달러에 달하는 UAE 원전만 하더라도 지난 2009년 말에 수주를 했지만 자금조달을 위한 대주단 구성은 예상보다 늦은 올 초에야 마무리됐다. 자금조달계획을 마무리 짓는 데까지 2년 넘게 걸린 셈이다. 대주단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UAE 원전 건설사업을 위한 정식 계약은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UAE 원전처럼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재원조달을 발주처가 하는 게 아니라 수주하는 곳에서 만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주했다고 해서 공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재원조달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계약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규모 해외 프로제트의 재원조달 틀을 만드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고 있는 정부가 플랜트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에 대해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자금을 만들지 못해 수주나 계약에 실패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자칫하다가는 제2의 중동 붐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중동 붐' 일어난다는데…=지난 2월 중동을 순방하고 온 이명박 대통령은 "제2의 중동 붐이 일면서 우리에게 또다시 기회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1차 중동 붐이 일던 1975년부터 1983년까지 9년간 우리나라의 중동 전체 수주액이 614억달러였는데 최근 두 해(2010년ㆍ2011년) 동안에만 무려 770억달러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실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로 인해 중동에는 돈이 넘치고 있다.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동만은 다른 세계다.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만 해도 1조7,000억달러로 전세계의 30%를 넘는다.


더구나 중동 국가들은 최근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 국민복지를 높이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사우디ㆍ카타르ㆍUAE 등 세 나라가 신(新)국가개발계획에 투입하는 예산만 6,00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다. 플랜트ㆍ주택ㆍ병원ㆍ방산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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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동 국가의 발주 규모도 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0만호의 주택을 건설할 예정인데 667억달러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한국 기업이 시범사업 1만호 건설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카타르 역시 700억달러 규모의 2022년 월드컵 인프라 구축을 예정하고 있고 UAE는 원전 외에도 ▦아부다비공항 확장사업 68억~74억달러 ▦2단계 철도 프로젝트 100억달러 ▦해상유전 160억달러 등이 수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중동 붐 때 사업분야가 도로 등 단순 인프라였다면 지금의 중동 붐은 플랜트나 주택ㆍ병원ㆍ정보통신(IT)ㆍ방산 등 부가가치가 높고 사업 범위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갖춰진 국가만이 이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 BOT 방식…재원조달 방안 없이는 무용지물=문제는 재원조달이다. 과거에는 발주처에서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에 시공만 하면 됐다. 기술력과 노동력만 있으면 수주 후 계약, 공사 진행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주 방식이 바뀌었다. 대부분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이다.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시행자(건설업자)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을 마친 후 자본설비 등을 일정 기간 운영해야 한다. 공사 기간도 길 뿐더러 자금도 수주업체에서 조달해야 한다. UAE 원전 역시 BOT 방식인데 금융조달을 맡은 수출입은행이 대주단 구성을 통해 조달하고 부족한 자금(최대 100억달러)을 10년 분할인출, 18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빌려주는 수출금융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중동 등의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BOT 방식이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수주의 의미가 없다. 국책은행의 한 고위임원은 "재원을 조달하지 못하면 수주를 해도 결국 계약을 다른 국가나 기업의 몫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 플랜트 발주가 늘자 이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플랜트 금융지원 규모를 각각 16조5,000억원, 19조원으로 늘려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규모가 커지고 수주도 BOT 방식이어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 정부는 해외PF 재원조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PF펀드에 대한 분리과세를 통해 일반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확대한다거나 해외PF의 주된 자금통로가 되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역할을 더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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