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에 희토류 개발이라는 '제3의 골드러시' 바람이 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골드러시는 180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에서 대규모 금광이 터지자 일확천금의 꿈을 좇는 이주민들이 대거 몰린 현상이다. 2000년대 이후 노스 다코다ㆍ몬테나ㆍ텍사스주 등 미 중서부를 중심으로 한 셰일가스 붐이 '제2의 골드 러시'로 불린다면 이제는 서부 폐광 지역의 희토류가 새 노다지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돌무더기 팔아 돈방석 오르나" 부푼 꿈= 현재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골드러시의 잔해인 서부 지역의 폐광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금이나 은, 구리가 함유되어 있지 않다고 버려진 잡석 더미에서 첨단 전자제품의 필수 원재료인 희토류를 찾기 위해서다. 희토류는 휴대폰이나 TV, 첨단 무기, 풍력 터빈,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꼭 필요한 희귀 광물이다.
ABC뉴스는 "희토류 주광맥이 지하 깊은 곳이 아니라 땅 위에 널려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대 오래된 광산의 쓰레기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 지질조사국(USGS)과 에너지국은 지질학자 등과 함께 버려진 돌무더기에서 보물을 캐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탠포드대와 캘리포니아 공대의 지질학자들이 광물 샘플을 모은 데 이어 이를 토대로 USGS 과학자들과 네바다-레노대와 콜로라도 광업대 학자들이 희토류 함유 여부를 연구 중이다. USGS의 광물자원연구 프로그램의 래리 메이너트 책임자는 "미국 정부가 금맥(gold mine) 위에 앉을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실제 일부 성과도 거두고 있다. 네바다주 스파크시와 아리조나 남부 비스비시의 구리 광산에서는 희토류의 일종으로 광전지 패널에 쓰이는 인듐이 발견되기도 했다. 알랜 쾨니히 USGS 소속 연구원은 "광산은 더 이상 구리를 생산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과거에는 몰랐던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성 높은 희토류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반 기업도 동참한 상태다. 희토류 전문업체인 몰리코프는 올 1월부터 한 폐광을 재개발해 망원경 렌즈 등의 광택제로 사용되는 산화세륨을 연간 2만 미터톤(1미터톤=1,000㎏) 규모로 채굴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상업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 다만 미국 정부나 기업이 희토류 생산을 통해 단기간에 노다지의 꿈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부 희토류 개발 계획이 아직 탐사를 진행하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데다 채산성을 검증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 희토류 가격의 하락 및 경쟁 격화, 환경오염 비판 등의 걸림돌도 넘어야 한다.
미국이 희토류의 정치ㆍ경제적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3년에 불과하다. 전 세계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2005년부터 '희토류 수출 쿼터제'를 실시했지만 2009년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희토류 무기화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은 도요타의 프리우스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가격을 2009년 1kg당 15달러에서 2011년 무려 500달러로 올린 바 있다. 특히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때는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일본을 굴복시키기도 했다. 이반 리들리 USGS 광물 담당 책임자는 "과거 중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처럼 희토류를 충분히 공급할 때는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중국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뒤에야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러시아ㆍ호주 등의 희토류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최대 수요국인 일본의 경우 기술개발을 통해 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 희토류 가격이 반등하고는 있지만 2011년의 고점 수준에 비해서는 크게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광물업계 전문 매체인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희토류 규모는 올해 2만4,900톤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고 2015년에는 6만3,000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환경파괴 비판이 거셀 게 뻔한 가운데 경제성을 맞출 수 있을 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희토류는 개발 과정에서 광범위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탓에 현재 생산 지역이 중국ㆍ러시아ㆍ말레이시아 등 신흥국에 밀집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