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21세기 한복


기자가 성인이 되고 나서 한복을 입은 것은 딱 한 번뿐이다. 결혼식 날이었다. 수백만원짜리 한복은 그 이후 쭉 옷장에서 잠자고 있다. 대부분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여자들도 명절날에 한복을 입지 않는다. 꼬마들의 장식품일 뿐이다. 우리가 한복을 보는 것은 대부분 TV에서다. 가끔은 마트에서 명절날 한복을 입고 있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한복을 안 입는 이유는 간단하다. 입기 불편하고 세탁 등 관리도 힘들기 때문이다. 값만 비쌀 뿐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량한복이나 퓨전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류의 옷이 나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실용성은 떨어진다. 어르신들이나 독특한 취향의 사람들 옷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궁극적인 의문이 이쯤에 있다. 한복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다. 기자도 평생 한복을 입지 않았지만 크게 아쉽지 않았고 또 한국인 정체성에 문제도 없었다. 시대가 필요로 하지 않는 전통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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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신한복'이라는 이름으로 한복의 재변신이 시도되고 있다. 길이가 자유로워지고 무늬가 들어가는 등 현대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기존 한복이 여전히 전통적인 한복의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한복은 일상복에 가깝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한복인지도 모를 정도다. 옷감도 천연소재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러한 신한복도 '한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가 다시 문제다. 디자이너들은 비례와 선 등 한복의 원형은 지킨다고 말한다.

어느 나라 문화라고 했을 때 가장 시각적으로 잘 띄는 것은 주택과 옷, 그리고 음식이다. '한옥'이라는 전통주택이 현재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대 한국 사회의 주류는 아파트다. 다행히 음식은 '한식'이 그대로다. 여전히 밥과 된장찌개를 먹고 숟가락·젓가락을 사용한다. 옷은 주택 쪽에 가깝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들어온 패션인 양복·양장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됐고 우리 사회는 이를 더 발전시켜 한국적인 것으로도 만들었다.

한복은 더 많이 바뀔 필요가 있다. 한복은 전통시대에도 수많은 개조를 겪었다. 고조선 때의 옷과 삼국시대·고려시대의 것은 분명히 다르다. 지금 우리가 한복이라고 부르는 것의 원형은 조선 후기 17~18세기의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규정된 것이다. 그나마 전통시대에는 외국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한복의 변화속도도 느렸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거의 무제한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한복이 우리 민족의 옷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입고 생활하기 편해야 한다. 그리고 수용 가능한 가격이어야 한다. 25일 '한복의 날'을 맞아 다양한 신한복들이 선보인다고 한다. 한복이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람과 민족이 자신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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