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위기를 기회로] 동서식품, 4년마다 맛·향 새롭게… 커피믹스 시장 선도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는 1989년 출시 이후 26년 동안 커피믹스 시장에서 부동의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황금비율. 동서식품의 40여년의 기술력으로 만든 설탕·크리머·콜롬비아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한 것이 비법이다.

커피와 크리머, 설탕이 배합된 커피믹스는 1976년 12월 세계 최초로 동서식품에 의해 탄생했다. 고급 방습포장의 1회용 가용성 커피믹스는 커피 생산의 노하우를 응용해 인스턴트 커피를 한 차원 발전시킨 제품이었다. 커피믹스는 휴대가 간편하고 보관하기 쉬워 언제 어디서든지 온수만 있으면 마실 수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 편의 중심으로 탄생한 우리나라 고유의 모델이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식물성 커피 크리머인 '프리마'를 자체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맥스웰하우스(분무건조공법) 커피가 인기를 끌던 1970년대에 동서식품은 1978년 동결건조 공법의 새로운 커피 제품 개발에 도전했다. 동결건조 공법은 분무건조 공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설 투자 및 가동 비용이 컸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해당 공법의 커피를 생산할 정도였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 조사를 통해 향후 커피 시장이 동결건조 커피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흐름을 미리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하 40도 이하에서 커피를 농축· 분쇄·건조함으로써 향의 손실을 극소화하는 동결건조 공법은 고도의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공법"이라면서 "동서식품은 동결건조 공법을 통해 기존 가열공법과는 다른 고급 커피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고 1980년 국내 최초 동결건조 커피이자 대표 인스턴트 커피인 '맥심'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1989년 국내시장에 다국적 기업 네슬레가 진출함으로써 커피시장에서의 경쟁이 전격 시작됐다. 당시 해외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네슬레는 맥심에 비해 18%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시장 진입 1년 만에 점유율 19%를 기록하는 등 네슬레 제품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만 2년 만에 30% 가까이 국내 시장을 점유했고 5년이 되는 해에는 40%까지 시장을 장악하며 동서식품을 추격했다. 이에 동서식품은 부드러운 콘셉트의 커피 제품 개발을 목표로 1989년 풍부한 향의 부드러운 커피 '맥심 모카골드'를 개발했다. 향과 맛을 차별화한 맥심 커피의 첫 파생 제품이었다. 이후 '맥심 모카골드'는 국내 최초로 스틱 형태의 커피믹스로도 출시되며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1996년 맥심 브랜드의 이미지 및 품질 개선을 통한 시장점유율 회복을 목표로 세웠고 소비자 니즈 분석과 커피 시장 파악을 통해 '향이 좋은 커피, 맥심'을 핵심 메시지로 만들었다"면서 "저렴한 커피와 고급 커피로 나눠지던 기존 커피를 '향이 풍부하고 좋은 커피'와 '그렇지 않은 커피'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990년 동서식품 기술연구소에 신규사업팀이 새롭게 구성되면서 연구소의 중심이 신규사업 연구로 이동했다. 연구소에서는 기존의 다양한 공정을 활용해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신규사업 관련 제품 연구가 활발하게 열리며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사업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또한 동서식품 기술연구소는 기술력을 통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연구 방향으로 삼으면서 기존 제품을 대상으로 한 품질향상과 공정 개선 등의 연구를 강화해나갔다.


동서식품은 현재까지도 소비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고자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와 분석을 실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는 4년마다 맛과 향, 패키지 디자인까지 업그레이드 하는 대대적인 리스테이지를 진행하고 있으며 리스테이지 작업은 맥심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1996년 리스테이지가 처음 진행된 이래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2013년 실시한 '맥심 5차 리스테이지'에서는 세계적으로 고급 원두로 평가되는 아라비카 원두의 배합 비율을 더욱 높이고 최적화된 로스팅 기술 및 추출 공법을 적용해 완벽에 가까운 맛과 향으로 커피 품질을 상향 조정했으며 카누 리스테이지를 통해서 인스턴트 커피의 품질과 기술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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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장 연 카누, 누적 11억잔 판매

가격·편의성을 강점으로 지난해까지 누적 11억잔 이상이 판매되며 커피시장에 안착했다.

특히 동서식품은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포트폴리오 강화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연구하고 한국인의 음용습관을 고려한 '카누 미니'가 2012년 출시됐다. 코리안 사이즈라고 불리던 카누 미니는 종이컵 120㎖ 기준에 적합한 용량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지난해 '카누 디카페인'도 시장에 나왔다. 디카페인은 기존 카누에서 카페인 함량을 낮췄다. 카누 디카페인 출시로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아메리카노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 또 동서식품은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을 더한 '크리스마스 블렌드'도 발매했다. 해당 제품은 에티오피아·과테말라·콜롬비아산 고급 원두 3종을 블렌딩해 부드러운 바디감과 어우러지는 은은한 꽃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10만 개 한정 발매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카누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커피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카누는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테고리 창출 및 최단 기간 최다 음용 잔수를 기록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에피어워드'에서 국내 식음료 브랜드 최초로 신규 상품 및 서비스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상하이에서 열린 '2013 아시아 마케팅 효율성 페스티벌'에서도 국내 브랜드 캠페인 최초로 음료 부문과 베스트 인사이트 부문에서 각각 은상과 동상을 받은 바 있다.

카누가 마케팅 캠페인으로 인정받기까지 회사 측의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졌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생소한 개념을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기 위해 발매 초기부터 소비자 체험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 출시 직후 소비자들이 카누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부산 중구 광복로에 카누 팝업 스토어를 마련해 입소문을 타고 카누의 콘셉트를 알렸다. 또 스키장과 오피스타운 등 다양한 장소에서 카누 시음회를 열며 다양한 층의 소비자들이 카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카누 아이스 시음행사를 열기도 했다. 동서식품은 올해도 카누 라떼와 카누 아포가또 등 카누를 활용한 레시피 마케팅으로 카누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백정헌 동서식품 마케팅 매니저는 "카누 레시피 마케팅은 카누를 즐겨 마시는 소비자들에게서 직접 얻은 아이디어"라며 "최고의 제품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과 믿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로 맛과 가격 경쟁이 치열한 커피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카누는 합리적인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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