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강제·타율은 학교를 멈추게 한다

'자기학습주도법'이 학생, 학부모의 관심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과거 부모와 선생님으로부터 일일이 공부시간, 방법 등을 배우고 통제받던 학습시대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능력을 판단해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능동적으로 하는 공부방법이야말로 시대정신인 '자율과 경쟁'에 부합한다. '우물가에 소를 끌고 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먹일 순 없다'는 속담이 최근 교육을 둘러싼 현실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1월 체벌 전면금지, 내년 초 두발ㆍ복장자율화 추진에 이어 29일 방과 후 학교, 자율학습, 0교시 운영 등을 제약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를 처음 본 순간 '이러한 사안은 학교가 알아서 하면 되는데' '오히려 학생,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늘고 빈부격차가 더 나타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덜컥 들었다. 열거한 사안 자체가 서울시 교육감이 정할 사안이 아니라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학교 구성원 간의 의견을 들어 나름대로 실정에 맞는 학칙을 정해 잘 지키면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방침을 어긴 학교에게 서슬 퍼런 장학권 및 감사권 행사, 행ㆍ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을 감안할 때 서울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빛을 잃게 됐다. 그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이 아닌 '타율주도학습' '과거회귀ㆍ상명하달식의 관치 교육행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1983년 교복 및 두발자유화 조치가 학생 간 빈부격차, 탈선 증가, 학습 분위기 훼손 등의 폐해로 시행 불과 2년 만에 학교자율로 결정하도록 돌아간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우리 학교는 조금 일찍 등교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자'로 정할 수 있고 방과 후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과 여가활용은 물론 부족한 학습을 보충을 통해 사교육비 감소효과를 거두기를 원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 야간 자율학습도 학생ㆍ학부모가 판단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제적으로 시키지 말라는 것이지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정작 학교는 '0교시 수업, 방과 후 학교 선행학습, 야간 자율학습' 폐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여유 있는 학생ㆍ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오히려 의존할 데 없는 현실이 나타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일찍 하교한 자녀들의 학업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과거식 관치교육행정 시대는 분명히 지나가야 한다. 다양하고 수많은 학교를 교육감의 이념과 철학으로 통제하고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 곽노현 교육감에게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말 것'을 진심으로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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